“시장과 소통은 이해하지만···스스로 힘 너무 뺀다”종합검사 취소 직후 금융지주 만나 “검사 개편” 비판일부 직원들 “금융위-금융사 사이에서 치여” 부글부글금감원장 임기는 정권에 따라···“대선까지는 몸 사릴 것“
‘호랑이 금감원장’으로 불리며 강경 노선을 취한 윤석헌 전 금감원장과 정반대의 노선으로 가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나칠 경우 스스로 금감원이 쥔 힘을 빼버려 금융 감독 전반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경계다.
9일 금감원을 둘러싼 목소리를 종합하면 최근 정 원장의 행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나온다. 정 원장이 금감원을 시장의 ‘감시자’가 아닌 ‘조력자’로 정의한 뒤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다.
갑작스레 이런 우려가 나왔다기보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응축돼 흘러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주에 나온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발언과 그 전날 우리금융 종합감사 취소가 결정적이었다”며 “시기와 방법에서 지나치게 성급했고 뭐에 쫓기듯이 깜짝 발언을 한 것처럼 비친다”고 꼬집었다.
앞서 정 원장은 지난 3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 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라며 종합검사를 포함한 금융사 감독 체계 변화를 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종합검사와 부문검사로 구분되는 검사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실제 검사 현장과 제재심의 과정에서 금융사와 소통채널을 확대해 검사의 주기, 범위, 방식 등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제시했다.
금융권 일각에서 지적하는 대목은 이 지점이다. 정 원장의 이 발언이 있기 하루 전날 금감원은 오는 15일 예정된 우리금융 종합검사 계획을 돌연 유보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현장 실사가 어려운 점을 이유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6월 2년 만에 종합검사를 받았다. 당시 현장 실사에 제한적이었지만 방역 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최대한 현장 검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보다는 사실상 정 원장의 강력한 의중에 따라 예정된 종합검사 일정을 ‘올스톱’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관련 논평을 내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기관장이 본연의 목적도 잊은 채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고 있다”며 “종합검사마저 약화되면 금융지주 경영진의 전횡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이번 행보를 두고는 일부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안 그래도 금감원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금융위나 일부 금융사에 불만이 많았다”며 “업무에선 금융위에 치이고 일선 현장에선 금융사에 치이는 와중에 금감원장이 지나치게 시장 친화적으로 웅크리고 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일부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금감원 감독 부서 직원들 사이에선 “사고가 터지면 금융위는 뒤로 숨고 금융사는 소송으로 맞대응해 그 사이에서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도 이런 기조가 달라질 것 같진 않다”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한 금감원장 관례에 비춰 정 원장이 내년 3월 대선 이후까진 튀지 않는 금감원장으로 방침을 정했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정 원장은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최장기간인 3개월여의 금감원장 공석 사태를 깨며 지난 8월 공식 취임해 3년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금감원장은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자리로 그간 대선이 끝나면 임기 만료 전에도 지난 정권의 금감원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인사가 선임됐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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