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에 ‘판매장려금’ 납부 추진···공정위 “주객전도 된 상황”플랫폼 의존도 높은 납품업체 “장려금 안내면 불이익 볼까 우려”단독 납품 시 장려금 면제···“‘구속조건부거래’ 행위 해당 할 수도”
더욱이 컬리는 판매장려금이 “강제성은 없다”면서도 자사에 독점 납품하는 업체에게는 장려금을 면제해주기로 해 이는 ‘구속조건부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납품업체들에 장려금 합의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분기 납품액이 전년 동기보다 20~30% 증가할 경우 이 기간 납품 총액의 1%, 30~50% 증가하면 2%, 50% 이상 증가하면 3%를 다음 분기 초 컬리에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같은 판매장려금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받는 일종의 수수료다. 이를 통해 유통업체는 해당 상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납품업체 역시 이에 상응하는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돼 상호 이익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에서도 판매촉진 목적 등의 관련성이 인정돼 판매장려금 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컬리는 일부 대형 납품업체들에게 받아오던 장려금을 중소 납품업체들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컬리는 장려금이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며 의무는 아니라고 말한다. 컬리 관계자는 “강제성은 전혀 없으며, 내지 않는다고 해서 발생하는 불이익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받아들이는 중소 납품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입점 여부와 주 단위 발주량 등을 컬리가 정하는 구조에서 납품업체가 장려금 납부 제의를 거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식품류는 공산품에 비해 마진률이 낮은데다,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 납품업체들에겐 1~3%의 장려금이 부담스럽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사업자의 74.1%가 지난해 연 매출 중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매출이 50% 이상에 달한다고 답했다. 온라인플랫폼이 이용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가 적정한지 묻는 질문엔 71.3%가 ‘부담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체의 59.2%는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했을 만큼 온라인플랫폼 의존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컬리를 통해 판매를 의존하고 있는 중소업체의 입장에선 우월적 지위에 있는 컬리의 무언의 압박이 상당해 사실상 장려금 납부를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가 판매장려금을 걷기로 한 목적 또한 불분명하다. 컬리는 “납품업체와 컬리의 동반성장과 상품 경쟁력 강화, 운영 지속가능성 증가 등의 이유로 장려금을 운영하는 것”이라면서도 “장려금을 내는 업체에게 돌아가는 이점은 없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장려금은 매출증가 가능성이 큰 자리에 상품을 진열해주는 대가로 납품업체가 지급하는 ‘진열장려금’ 또는 유통업체의 판촉 노력을 통해 상품 판매액을 증가시켜 약정 목표에 도달했을 경우 납품업체가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성과장려금’의 성격을 띈다”며 “유통업체가 먼저 요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컬리의 경우 상식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컬리가 내년 상반기 상장을 앞두고 장려금 수익을 올려 영업실적을 개선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더욱이 컬리가 내년도 판매장려금 면제 조건으로 ‘컬리 온리’라 불리는 독점 납품을 내건 것으로 알려지며 ‘구속조건부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속조건부거래란 정당한 이유없이 사업자가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컬리는 “협력사와의 판매 계약서 상 독점 납품에 대한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컬리 온리는 철저히 납품업체의 자율성에 맡긴다”면서도 이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장려금 면제’ 조건을 내민 것이다.
한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는 “모든 납품업체에게 장려금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줄이기 위해 ‘자발적 참여’라는 장치를 건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단독 납품업체에게 장려금을 면제해주는 것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어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들이 시행하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뉴스웨이와 통화에서 “위법 여부는 사실 관계 파악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면서도 “일반적으로 판매장려금은 납품업체 주도로 이뤄진다. 컬리의 경우 주객이 전도된 상황으로 보인다. 이 경우 강요적인 성격을 띌 수 있어 바람직하진 않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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