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 KB부동산, 한국은행 등이 발표한 자료들만 봐도 그렇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은 2주 전 은평구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한 데 이어 지난주엔 강북구(-0.02%)와 도봉구(-0.01%)에서도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KB부동산은 관악구, 강서구 등 일부지역 내 아파트가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에는 1000만원 정도 하락했다며 집 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아파트 매매거래가 급감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된 탓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마치 부동산 열기가 냉각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정부가 열을 올리는 것 같다”라며 실소를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여론에서도 “몇억 오르고 이제 겨우 몇천 떨어진 것 뿐인데 꼭 정책을 잘해서인 것 마냥 해석되서 보기가 껄끄럽다”라는 지적이 오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현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최근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 효과로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 뒷말이 무성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전에도 정부는 몇 차례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했다가 얼마 못가 집값이 다시 급등해 시장으로부터 불신을 자초한 일도 이미 여러번 발생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이 같은 패턴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정부는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통해 서울 아파트 전세와 매매 가격이 떨어졌다는 보도를 여러 차례 냈는데, 이를 두고 당시 전문가들은 “정부의 희망사항을 왜 보도자료로 썼냐”라며 “당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것도 있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정부 측에서 ‘우리가 하는 부동산 정책 이렇게 잘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식인 것 같다”라고 비난했다.
부동산 시장은 작년부터 정부대책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했지만, 결과적으로 대세 상승을 이어갔다. 실제로도 경제부총리는 지난 6월부터 꾸준히 ‘집값 고점론’을 펼쳐왔지만 시장은 부총리의 전망과 반대로 움직였다.
한국부동산원에서는 계속해서 서울 아파트값 실거래가지수가 하락했다는 발표를 하고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것일 뿐, ‘집값 조정’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최근의 ‘거래 절벽’ 현상과 일부 하락 거래된 매물이 지표에 영향을 준 것인데다, 또 실거래가지수 하락만 가지고 집값 하락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의 ‘대출 규제로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는 인식이 퍼지고는 있지만 강남 등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신고가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부과된 종합부동산세의 충격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가격이 되려 급등했다는 것이다.
또 무조건적으로 대출 규제로 집 값을 잡으려는 정부당국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대출과 세금 규제, 다주택자 등을 잡는 것만으로는 집 값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결국 수급이 조절되야 집 값이 그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역대급으로 공급하겠다”며 집 값 하락 전망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20년 말 기준 전국 주택보급률 자료를 보면 서울의 주택수급 사정은 9년 전 수준으로 추락한 수준이다. 즉 공급 부족으로 집 값이 올랐다는 얘기다. 정부의 희망사항이 현실화 되려면 대출 규제보다는 공급 정책에 우선 순위를 더 두어야 할 것이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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