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일 광주 갔다는데···피해자 가족 만난 날은 일주일 후가족 면담 전 폭락한 지주사 HDC지분 두 차례 매입 비판도사측 “곧장 광주서 사고 수습 지휘···지분 매입은 대주주 의무”
사측은 곧바로 정 회장이 광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았다고 밝혔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정 회장이 내려왔다고 주장한 데다 이 기간 급락한 지주사 지분을 자신의 개인 회사를 통해 매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쯤 광주 화정아이파크에서는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다치고 공사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이 중 1명은 사망한 상태로 수습됐으며 현재까지 남은 5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정 회장은 사고 발생 당일 임직원들과 함께 광주로 내려갔다. 사고 발생일 이후 5일간 광주에 머무르면서 사고 경위 조사와 이후 수습 방안 마련 등을 직접 지휘했다는 게 HDC현대산업개발 측 설명이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번 사고 실종자 가족들은 정 회장이 일주일이 지나서야 현장을 방문했다고 정 회장을 비판했다.
지난 17일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사과의 말을 전한 정 회장에게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가 난 지 얼마나 지났는데 이제 내려오느냐”, “진작 왔어야 하지 않느냐. 가족들은 피가 마른다”며 울분을 토했다.
정 회장이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 건 사고가 발생한 후 일주일이 지나서다. 지난해 6월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친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다음날 곧바로 유족들에게 공개 사과를 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사과다. 사고 발생 다음날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한 것이 끝이다.
사측은 정 회장이 사고가 난 이후 광주에서 계속 머물다 지난 토요일이나 돼서야 오전 회의를 마치고 서울로 이동했고 주말간 고심 끝에 지난 17일 HDC현산 회장직 사퇴를 밝히고 다시 광주로 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적을 받는 점은 이 기간 정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통해 주가가 폭락한 HDC 지분을 사드렸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실종자 가족을 찾아 사과의 말을 전한 17일, HDC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자사 지난 13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보통주 32만9008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와 HDC 측에서는 이를 두고 투자자들의 패닉셀링을 막고 시장 회복을 꾀하기 위한 대주주의 투자로 풀이하고 있지만, 여론의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해 광주 사망사고 피해자들 위로와 이번 붕괴 사고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주가부터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상황에서 지분 매입이 이뤄짐에 따라 저가 매수를 진행한 것으로 보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실제 HDC의 13일 종가는 8790원, 17일 종가는 8080원으로 장중 각각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5월 기준 52주 최고가(1만5600원)와 비교하면 절반가량의 금액이다. 지난해 배당금(1주당 25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번 매입분만으로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결산배당 8225만2000원을 추가로 받게 됐다. 약 28억원을 투자해 연 2.93% 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게 된 것.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보유한 전체 HDC 주식 수로 계산할 시에는 4억2750만원이며 정 회장 이름으로 보유한 HDC 주식까지 계산하면 54억3000여만원에 이른다.
HDC도 HDC현산 주식을 매입했다. HDC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현대산업개발 보통주 100만3407주를 장내 매수했다. 일자별로는 13일에 57만3720주, 14일에 29만9639주, 17일에 13만48주를 매수했다. 정 회장이 HDC현산 회장직은 내려놨지만, 대주주로 있는 HDC의 HDC현산 지배력은 더 강화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입 시점이 문제”라며 “경영인으로써 이해는 가지만, 문제 해결이 하나도 안 된 상황에서 자칫 피해자보다 투자자를 챙긴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HDC 측은 “대주주로써의 책임과 주주가치 제고, 더 나아가서는 회사의 신뢰 회복을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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