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 측이 밝힌 4세대 실손 전환 상품을 만들지 않는 이유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회사 이익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서’라는 것을 몇 번이고 강조했는데,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져 뒷맛이 씁쓸하다.
라이나생명은 현재 4세대 실손 전환 상품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팔았던 실손보험 약관에 재가입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13년 4월 이전에 나온 실손보험은 약관상 상품 재가입 규정이 없어 그 이전에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는 4세대 실손 전환용 상품을 만들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고, 실제로 라이나생명은 지난 2011년 7월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때문에 라이나생명 실손보험 가입자는 675명에 그친다.
물론 라이나생명이 소비자 이익을 운운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항목 보험금을 많이 탈수록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구조이며, 자기부담비율도 급여 20%, 비급여 30%로 종전보다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일부 의료기관과 소비자의 과잉진료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다.
그러나 실손 보험에 대한 업계의 시선을 생각했을 때 이들이 4세대 실손 보험 전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과연 ‘소비자 이익’으로 포장할 만한 일인지는 의문이다.
회사의 수익에 대한 판단이 전혀 없이 이런 결정을 내렸느냐는 얘기다. 사실 실손 보험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상품에 속한다.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를 넘어섰다. 이는 보험료 100원을 받아서 130원을 돌려주는 상황인 셈이다.
상품 판매를 중단한 입장에서 이를 새로 만드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몇 안 되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선택권을 위해 전환형 상품 약관을 만들고 이를 비교 설명해주는 일 자체가 보험사에겐 애로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존 1·2세대 실손 상품의 경우 보장 내용 변경 주기라는 게 없지만 4세대 상품의 경우 5년 주기로 갱신을 해야하기 때문에 돈은 안되고 일만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손보험 상품의 취지를 생각하면 라이나생명이 이를 방관하는 것은 아쉽다. 이미 국민의 80%(2020년 기준 3900만명)가 가입한 제2의 의료보험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4세대 실손 전환 기회는 필요하다.
앞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같은 보험사 4세대 실손 보험으로 전환할 경우 1년 간 50%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르게 말하면 현재 가입돼 있는 보험사에서 4세대 실손 전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타 보험사에 신규 가입해야 할 경우에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만약 50세 이상 소비자일 경우 새로 실손을 가입하기 힘들거나 조건이 매우 까다로울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당국은 앞서 실손보험을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보험료 기존보다 최대 70%까지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2020년 기준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을 한 번도 타지 않은 실손보험 가입자는 3496만명 중 62%인 2433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정상 범위에서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수를 보태면 대부분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
보험업계 사례만 봐도 대부분 과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던 보험사들도 ‘전환용’ 4세대 실손을 개발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는가. 구체적으로 ▲신한라이프 ▲DGB생명 ▲ABL생명 ▲KDB생명 ▲동양생명 ▲KB생명 ▲미래에셋생명 ▲푸본현대생명 ▲DB생명 ▲AIG손해보험이 그렇다.
물론 라이나생명은 이들과 다르게 전환 상품 의무가 없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소비자를 위한다는 라이나생명의 해명은 궤변에 가깝다. 1·2세대 실손 보험료 증가가 결정된 만큼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탈지 여부는 소비자가 판단할 사안이다.
상품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과 ‘안’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소비자의 든든한 행복파트너가 되겠다는 라이나생명의 약속에 진심이 담겼는지 돌아볼 일이다. 라이나생명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록 675명 밖에 안된다고 해도 말이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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