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2년 4개월만에 최대기준금리 인상·가계대출 규제 영향시간차 두고 대출금리 더 오를 전망정치권서 예대금리차 공시 법안 발의은행 자율인 금리 결정 개입 쉽지 않아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역대급 실적에 따른 '성과급 잔치'까지 논란이 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선거 공약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어 제도적 근거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금리 책정은 은행의 자율적인 영역이지만 금리 산정 체계가 합리적인지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어서 개입 여지를 드러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해 12월말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21%p다. 총수신금리는 연 0.83%, 총대출금리는 연 3.04%다. 이같은 예대금리차는 2019년 8월(2.21%p)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크다.
예금에서는 기존 저금리 요구불예금이나 수시입출식 예금이 포함되면서 금리상승폭이 적은 반면 대출은 기존 저금리 대출은 만기가 도래하고 고금리 신규대출이 늘어 예대금리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 추이를 보면 지난해부터 확대돼 왔다. 1년전인 2020년말 2.05%p에서 지난해 12월엔 2.21%p로 벌어졌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가장 큰 이유가 있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시작되면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깎아 대출금리 상승이 가팔라졌다.
12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연 3.66%로 7개월 연속 상승해 2018년 8월(3.66%)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반면 예‧적금 상품금리는 시중 5대 은행 기준 0.3~0.4%p 오르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상품마다 다르며 최대 인상은 소수 상품에만 적용됐다.
예대금리차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은행이 연내 2~3차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는데, 기준금리가 오를수록 예대금리차는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예대금리차를 두고 논란은 지속되자 대통령선거 공약에도 관련 내용이 등장했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는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준금리 변동 시 예대금리차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경우에는 담합의 요소가 있는지 살핀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정치권에서도 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 등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예대금리차를 대통령령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예대금리차가 증가하는 경우 금리 산정의 합리성·적절성 등을 검토해 개선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예대금리차가 과도하게 벌어지면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시장금리 불개입' 원칙을 밝히기도 했지만 금리 산출의 합리성을 따져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월 "예금금리는 살펴봤고 지금은 금융회사별로 대출금리를 보고 있다"면서 예대금리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금융소비자 이자 부담이 커지지 않는지를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수신 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 금리도 또한 오르기 때문에 당분간 예대금리차 간극이 좁혀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할만한 예대금리차 완화 수준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 합리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실상 자율에 맡겨진 은행의 금리결정에 개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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