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아이파크' 퇴출 여론 속에 안양서 기사회생이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코오롱과 2파전SMDP 특화설계·일반분양가 우대 등 '파격 조건' 제시향후 수주 예정지도 '관양현대 기준'···승자의 저주 우려역차별 논란도...일부 단지 시공사 재선정 논의도 이어져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HDC현산과 코오롱글로벌이 수주전을 벌일 예정이다.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서울 노원구 일대에 아파트 1070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는 2800억원 규모 사업이다.
HDC현산이 이번 수주에 성공하게 될 경우 사고에 따른 수주 부진 우려는 어느 정도 잠재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지난 5일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이 개최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총 959표 중 509표를 얻으면서 417표를 받은 롯데건설을 따돌렸다. 업계에선 관양현대아파트 수주전 승리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수주도 앞서 관양현대아파트 수주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HDC현산은 관양현대아파트 수주에 오랜기간 공을 들여왔으나, 붕괴 사고 이후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롯데건설과 마지막까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이번 수주전 역시 코오롱글로벌과 팽팽한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계동신 재건축 사업은 1차 시공사 입찰 당시 HDC현산만 단독 입찰해 유찰된 바 있지만, 코오롱글로벌이 최종 참여하면서 2파전이 됐다. 평소와 같았다면 대형 건설사인 HDC현산이 수주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광주 사고 이후 승부는 안갯속이다. HDC현산은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 9위를, 코오롱글로벌은 16위를 기록했다.
HDC현산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관양현대 재건축조합에 파격 공약을 내걸었던 것처럼 이번 월계동신 재건축조합에도 비슷한 조건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월계동신 재건측 조합에게 ▲SMDP 특화설계 ▲일반분양가(최고수준) ▲추가부담금 없는 확정공사비 ▲대물변제 100%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분양가 조건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입지가 서울이고 신규수주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관양현대 재건축조합에 제시한 일반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 SMDP에 특화설계를 맡긴 것도 월계동신 재건축사업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HDC현산이 정비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그 기간만큼 정부 공공공사 참여는 물론 민간사업 수주 활동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영업정지 또는 면허취소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이미 계약이 이뤄졌거나 착공한 현장의 공사는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HDC현산 광주 붕괴사고 이후 최장 1년 8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앞서 광주 동구청은 서울시에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로 1년 영업정지까지 받게 되면 HDC현산은 1년 8개월간 신규 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HDC현산이 이같은 역대급 조건을 내걸면서 역차별 논란에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오고 있다. HDC현산이 이후 정비사업에서 수주를 이끌어내려면 최소한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에서 제시한 수준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근에 위치한 뉴타운맨션삼호지구주택 재건축 조합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뉴타운맨션삼호 재건축 사업은 2016년 HDC현산이 수주, 철거를 앞두고 있다. 관양현대아파트는 평당 4800만원 일반분양가 보장으로 무상입주가 가능한 반면, 이곳은 2500만원에다 가구별 2억원 이상의 분담금까지 내야 한다.
지원금도 관양현대아파트보다 6000만원 적은 1000만원에 그친다. 일반 설계가 적용되는 부분이나 물가상승분 반영 시기, 가전·가구 제공 수준 등에서도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이에 뉴타운맨션삼호 조합은 내달 말로 예정된 총회에서 시공사 재선정안을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다. 주원준 뉴타운맨션삼호 조합장은 "안전문제도 있지만 HDC현산이 관양현대에서 한 발언들과 제시한 조건들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를 비롯해 정부가 HDC현산에 대한 건설업 말소 언급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결국 HDC현산이 살아남기 위해 저가수주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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