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배당제한 권고 속 주주환원책 묘수 꺼내2년 만에 1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주주 달래기윤 회장, 2년 전 주가 보고 "저평가 참담하다" 한숨시장은 읽고 있었나···올해 초 대비 주가 9.7% 상승
8일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4조4096억원을 달성해 전년 3조4552억원 대비 9544억원(27.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의결에 따라 배당성향 26%를 결정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500억원 규모의 기취득 자사주(345만5426주)도 오는 14일 소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방책이다. KB금융이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건 2019년 말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도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은 은행 지주사 중 최초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KB금융은 지난 몇 년 간 각종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운 터라 주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윤종규 회장이 2020년 3연임에 성공할 당시 KB금융 주가를 보고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에서 나아가 "참담하다"라는 표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B금융이 카카오뱅크에 내준 금융 대장주 자리를 6개월 만에 탈환한 것을 두고도 눈치 빠른 시장 참여자들이 윤 회장의 이런 방침을 읽고 주가 부양 기대감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 이날 기준 KB금융 시가총액은 25조 2395억원으로 주가는 올해 초 5만5300원에서 이날 6만700원까지 24거래일 동안 9.7% 상승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요구에 따라 KB금융이 배당성향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또 다른 방식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세운 것으로도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이 희망하는 배당성향 30%까지는 올리지 못한 가운데 자사주 소각이라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금융사들에게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근거로 금융지주의 배당제한 조치를 강행하면서 사실상 2년 연속 배당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날 KB금융은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에 대비해 지난해 4분기 중 약 2640억원 규모의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며 "2020년 약 3770억원의 추가 대손충당금에 이어 이번 적립을 통해 손실흡수력을 제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서 KB금융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208.9%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147.1%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전체 대출금 중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없는 잠재 부실 채권에 대처할 수 있는 충당금 설정액 비율로 결국 손실 흡수 능력을 뜻한다.
KB금융 재무총괄 임원은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며 "KB금융의 금융권 최고 수준 자본력과 한 차원 높은 주주환원정책을 입증한 것으로 앞으로도 주주환원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dori@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