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추경 의결하면서 "만기연장·상환유예 마련하라"고승범 "3월말 종료 원칙" 밝혔지만 국회 결정 따라 '유예'금융권 "부채 억제 올인 속 오히려 국회가 부담 덜어줘" 분석"140조원 추정 중기·소상공 '빚폭탄' 해결 책임 국회도 짊어져"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는 "국회가 추경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전 금융권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추가 연장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여야 합의에 따라 마련된 부대의견 취지와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운영 중인 금융권 의견수렴 등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언뜻 보면 금융위가 '유예'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회 판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행보로 보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월 열린 '소상공인 부채 리스크 점검 간담회'에서 "금융지원이 근원적 해결방안은 아니다"라며 "만기연장 상환유예는 3월 말 종료를 원칙으로 하되 종료시점까지 코로나19 방역상화과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사실상 고 위원장이 '3월 말 종료' 원칙을 고수하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가 여·야 합의로 '소상공인 및 방역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금융위가 택할 수 있는 답은 사실상 '유예'로 정해졌다.
국회는 "전 금융권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금융권과 협의해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라"는 부대의견도 제시했다.
결국 고 위원장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여론이 '유예'로 끌어당긴 셈이다. 이미 고 위원장의 '3월 검토' 발언 이후 중소상인·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을 촉구했다.
대선 후보들도 코로나19 대출 연장을 압박하며 고 위원장의 운신 폭은 한 뼘 더 줄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3월 말 종료하겠다고 밝힌 것은 하루하루를 버티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며 "연장을 검토한다는 말만 하는 재정당국과 금융당국에 화가 난다"고 압박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만기연장 조치 관련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50조원 지원을 약속하며 "손실보상은 헌법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 연장을 촉구했다.
사실상 '미래 권력'으로 분류되는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유예' 방침을 둘러싼 고 위원장의 신중론에 마침표를 찍으라는 목소리를 높인 셈이다. 특히 금융위원장 자리는 관행적으로 대선 이후 물갈이됐다는 점에서 금융권에선 이를 고 위원장의 향후 거취 여부까지 달린 문제로 확대 해석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고 위원장이 여론에 따라 '유예' 방침을 세운 것으로 인식될수록 오히려 부담은 덜게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은행권 추정으로는 5대 은행이 약 2년 동안 상환을 연기해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원금과 이자가 140조원에 달하는데 이런 '빚 폭탄'을 수습하기 위한 책임을 이번 국회 결정으로 정치권에서도 일부 짊어지게 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께 고 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 사이 간담회에선 "만기 유예 연장은 위험성이 커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는 '부채 억제'에 올인한 고 위원장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후속 해결 과제인데 여론 뜻에 따라 유예 방침을 택한 만큼 책임감은 한결 가벼워졌다는 해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본다"며 "3개월이 됐든 6개월이 됐든 유예 연장 방침을 온전히 금융위가 끌고 갔다고 보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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