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코로나19 장기화 등여전히 불확실성 요인 높다는 판단금융권, 순익 줄어들면 배당에 영향
2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은행에 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 은행은 금융감독원에 지난해 4분기(10∼12월) 충당금 적립액을 기존 계획보다 상향해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충당금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이다. 은행들이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당장 당기순이익과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잠재 부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가계 부채, 자영업자 부채 등 부실에 따른 충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것을 주문했다. 오는 3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지원제도가 종료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중은행은 충당금 수준을 2020년 수준에 맞추거나 그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7∼9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쌓은 충당금 잔액은 5조716억원이다.
2020년 3분기(5조2968억원)나 2020년 말(5조4006억원)에 못 미친다. 2020년 말 4대 은행은 충당금 잔액을 전년 동기 대비 5∼29.6%까지 높였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컸기 때문이다.
관건은 당국이 배당률을 제한하느냐다. 지난해 1월말 당국은 은행지주사와 은행의 배당을 순이익 20%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당국이 세운 장기 침체 시나리오는 2021년 마이너스 성장 확대 후 2022년 제로 성장을 가정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은행이 종전과 같은 배당을 할 경우 상당수 은행이 자본비율을 하회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됐다. 최소 자본 비율은 ▲보통주자본비율 7~8% ▲기본자본비율 8.5~9.5% ▲총자본비율 10.5~11.5%다.
금융규제운영규정 제7조에 따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배당 등에 대한 행정지도가 가능하다. 당시 당국은 코로나19 상황을 ‘건전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로 본 셈이다.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배당률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일성을 통해 “배당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은행들 순익이 전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또다시 인위적 제한을 두면 여론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해 6월말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배당제한 조치를 해제하자 금융권은 일제히 중간배당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에 나선 것도 주주들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KB금융은 지주 출범 후 처음으로 중간배당, 신한금융 역시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배당을 진행했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주 전환 이후 첫 중간 배당을 진행했다. 하나금융은 매년 배당을 실시해왔다.
은행권은 난감한 표정을 애써 숨기는 모습이다. 불확실성에 대비한 충당금 확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선 한 발 물러서야 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권고에 따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이라면서 “배당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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