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사측 상대로 주주제안서 발송최근엔 의안상정가처분 소송 내기도금호리조트 흑자전환 불구 또다시 문제제기 후보 1인, 박 전 상무와 같은 하버드 MBA 출신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지난달 22일 금호석화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안상정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같은달 9일 사측에 제안한 주주제안이 수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박 전 상무는 주주제안 배경에 대해 "현 이사진은 기존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재무구조도 건실하지 않은 금호리조트를 높은 가격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업경쟁력 강화와 거리가 먼 투자 결정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분쟁 사유로 꼽은 금호리조트 인수 이슈를 다시 한 번 꺼내든 것이다.
당시에도 박 전 상무는 "부채비율 400%에 달하는 금호리조트를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는 것은 회사 가치와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의사결정 과정을 위해 자신과 자신이 추전한 후보들이 이사회에 합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전 상무의 이 같은 주장은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작년 정기 주주총회 표결 결과, 박 전 상무 측 의안은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금호리조트가 그룹 품에 안긴지 1년도 안 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은 박 전 상무가 주장한 기업가치 훼손과 거리가 멀다. 지난해 4월 그룹으로 공식 편입된 금호리조트는 인수 후 첫 분기에 흑자전환했다. 또 작년 한 해 동안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7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억원, 27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행·숙박업이 장기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성과다.
금호리조트 인수와 현 이사회의 연관성이 낮다는 점도 설득력을 떨어트린다. 금호석화가 금호리조트 인수를 결정한 것은 2020년이다. 당시 이사회 구성원을 살펴보면, 사내이사는 박 회장과 문동준 사장, 신우성 사장 3인이었다. 사외이사는 정진호·정운오·이휘성·장명기·송옥렬·정용선·이재경 총 7인이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3월 주총과 임시 주총 등을 거쳐 대대적인 이사회 물갈이에 나섰다. 박 회장을 비롯해 기존 사내이사는 모두 물러났고, 대신 백종훈 부사장과 고영훈 부사장, 고영도 전무 등 전문 경영진 3인이 새롭게 선임됐다. 사외이사도 7인 중 4명이 교체됐다. 다시 말해, 현 이사회 10명 가운데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에 참여한 인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3명이다.
박 전 상무가 '약발'이 떨어진 금호리조트 인수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로는 마땅한 명분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했고,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호석화는 경영진 교체 이전부터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지배구조 등급에서 'A'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화학전문가(연구소장)과 재무전문가를 사내이사로 앉히며 이사회 독립성을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이나 개인의 일회용 장갑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라텍스 장갑의 핵심원료인 NB라텍스를 취급하는 금호석화의 실적은 창사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호석화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8조4618억원, 영업이익은 2조4068억원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박 전 상무 측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박 전 상무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석을 차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호석화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최대 인원수는 10명인데, 이미 자리가 꽉 찬 만큼 최대 2인까지만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박 전 상무는 총 5가지의 플랜을 준비했다. ▲의안1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각 1인을 선임하는 경우 ▲의안2 사내이사 1인과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 1인을 선임하는 경우 ▲의안3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는 경우 ▲의안4 사외이사 1인과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1인을 선임하는 경우 ▲의안5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는 경우다.
여기서 박 전 상무는 사내이사 후보로 자기 자신을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는 이성용 전 신한DS 대표이사 사장과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다. 추천 사유는 '이사회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초로 회사 경영 관련 의사결정 절차의 투명성 확보와 주주환원으로 주주가치 제고 도모'다.
미국 국적의 이 전 대표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컴퓨터공학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초대 AT커니 한국대표를 지냈고, 베인앤컴퍼니 한국지사 대표, 엑시온 컨설팅 대표,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신한DS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냈다. 또 현대무벡스와 AIA생명보험, 대우증권, LG디스플레이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을 맡았다.
함 명예교수는 미국 조지타운대 경제학 학사, 시카고대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했고, KDI 선임연구위원과 국제정책대학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두산건설과 KB금융지주에서 사외이사 경험을 쌓았고, 재정경제부 경제개발협력기금 자문위원 경력도 있다.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박 전 상무가 특정 사외이사를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박 전 상무는 각 안건마다 1순위 후보로 이 전 대표를 추천했다. 박 전 상무 본인을 사내이사로 올리는 2개의 안건 모두 이 전 대표가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뽑은 경우도 예외없이 이 전 대표가 후보다. 감사위원은 일반 사외이사에 비해 회사 내부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다.
박 전 상무와 이 전 대표는 하버드 MBA 동문이다. 또 박 전 상무가 경영수업을 받기 이전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 전 대표와의 관계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박 전 상무가 지난해 추천한 이사 후보들 역시 직장이나 학연 등 개인적 인연을 이유로 독립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던 만큼, 올해 주총 역시 논란이 재발할 여지가 존재한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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