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플랫폼에 모든 역량과 자원 집중" "3대 '경영 키워드'는 소비자·시장·직원"비서실 폐지하고 영업총괄 등 조직 강화
이원덕 신임 우리은행장이 그룹의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겠다는 취임 일성과 함께 경영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빅테크의 저변 확대로 보호산업이던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은행의 플랫폼화에 역량을 모아 미래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우리은행은 24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최소인원이 모인 가운데 '이원덕 신임 행장 취임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원덕 행장은 2024년까지 2년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책임지게 된다.
1962년생인 이 행장은 우리금융 내 대표 전략기획통이다.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0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발을 들였고 우리은행에선 전략기획팀 수석부부장과 자금부장,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해부터는 우리금융 업무총괄 수석부사장으로서 손태승 그룹 회장을 보좌하기도 했다.
임기를 시작한 이 행장의 가장 큰 숙제는 단연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다. 올해 완전민영화 원년을 맞은 우리금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구축하고자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디지털그룹 내 'MZ마케팅팀'을 가동하는 등 준비에 한창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상품을 개발해 모바일 앱 '우리원(WON)뱅킹'을 종합 금융생활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해엔 영업점 예약상담과 택배 예약, 편의점 배달 등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 행장은 그룹 디지털혁신소위원회 의장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 업무 프로세스의 고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 행장도 은행 CEO로 내정된 직후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영업력 강화도 이 행장의 숙제로 꼽힌다. 작년부터 계속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금리인상 등 여파에 대출 수요가 크게 위축된 만큼 영업 태세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실제 한국은행 집계 결과 2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줄었다. 이 수치는 지난해 12월(5000억원)부터 1월(2000억원)과 2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도 선제적으로 전세대출 기준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 뒤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모양새다. 지난 21일부터 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내'에서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덧붙여 업계에선 다음달 서울시금고 입찰에서 이 행장이 리더십을 발휘할지 여부에도 시선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입찰을 앞둔 우리은행의 각오는 남다른 것으로 감지된다. 2018년 입찰 당시 신한은행에 패하면서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104년간 지켜온 서울시금고를 내줬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 듯 이 행장은 곧바로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비서실을 폐지하는 등 은행장 지원조직의 운영 효율을 높이고, 영업총괄·외환 등 현장영업 담당 조직을 확대함으로써 '소비자 중심 현장 경영'을 실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 행장은 곧바로 현장으로 나섰다. 서울 지역 오랜 거래처를 시작으로 방문자 수가 전국 최상위인 우리은행 수유동금융센터를 찾아 영업환경을 점검하고 목소리도 청취했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오늘날 거친 역사의 파고를 이겨내고 지금처럼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가 보내준 한결같은 사랑과 성원 덕분이다"라며 "완전 민영화는 위대한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우리 여정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더 크고 높은 영광의 역사를 펼쳐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3대 경영 키워드로 '소비자', '시장', '직원'을 제시하며 "위대한 은행은 얼마나 많은 소비자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며 소비자 중심 경영에 대한 철학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 행장은 직원을 향해 "여러분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희망'"이라며 "저와 함께 우리은행의 여정을 개척하고 승리하고 이겨내 위대한 은행을 만들어 나가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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