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얘기는 현 정부에 있었던 흔한 사례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뺏은 것으로 보고 이들을 '적폐'로 간주했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10채, 20채씩 집을 쓸어담고 여기에 갭투자로 몇 년 후에 비싸게 팔아 시세 차익을 보는 사례들만 봐도 다주택자들이 무주택자들이 집 사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장본인일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다주택자들에게 취득세부터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모두 중과했다. 정부는 더 나아가 앞선 사례처럼 서민들의 청약 당첨의 길마저 더욱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그야말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들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어쩌다가 다주택자가 된 이들도 더러 있다. 아이 육아 문제로, 혹은 학군 때문에, 이도 아니면 직장 문제 등으로 사연들이 셀 수 없이 너무나 많다. 이들마저 적폐로 간주한다는 것은 너무 획일화된 주장이다.
또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참모진이나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로 드러나면서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1가구 1주택'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면서 공직자을 선발할 때 능력이나 도덕성보다 '1주택'이냐를 먼저 따지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주택자를 적폐 취급하는 정책이 과연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효과가 있었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10년 7·10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발표하고 1년간 유예기간을 줄테니 집을 팔라고 압박했다. 1년 후인 작년(2021년)에 세금이 오르는 것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통하지 않았다. 다주택자들은 중과 전 양도세도 과하다고 보고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아예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민간임대사업자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 강화는 전·월세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결국 급증한 세금부담을 세입자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조세 전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에는 다주택자들을 때려죽이는 부동산 정책을 규제하면 규제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져갔다.
윤석열 대통령 차기 정부에서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간주하고 각종 규제로 수요 억제책을 폈던 현 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해 다주택자 순기능을 일부 인정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한시적 유예'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시키면서 부동산 세제와 대출 제도 모두 문재인 정부 전으로 복귀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자 일각에서는 과연 전국민이 1주택자가 되면 행복해지냐는 반문도 나온다. 전국민이 1주택자라는 것은 주택건설업과 중개업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고, 또 전월세는 커녕 이사도 못가고 집수리조차 못하게 되는 나라가 되는 길이다.
다주택자를 적폐로 몰고 '1가구 1주택'을 강제하는 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도 없다. 다주택자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3억짜리 집 2채를 가진 사람과 50억짜리 집 1채를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제 그만 부동산의 시장 기능을 존중하고 시장에서 이익을 얻는 것을 투기로만 간주하지 말아야 한다. 매도인과 매수인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상호공존해야 부동산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할 것이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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