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일부터 11일까지 '제안서' 접수 '시민 이용 편의성' 항목이 승부 가를 듯 점포는 우리은행, ATM은 신한은행 우위은행별 '예금·대출금리 혜택' 변수될 수도
특히 서울시가 과도한 출연금 경쟁을 피하고자 '시민 이용 편의성'과 '녹색금융 실적' 등을 평가 항목으로 정해, 각 은행도 보다 정교한 전략을 세워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서울시금고 입찰을 앞두고 막바지 서류 검토에 한창이다. 서울시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금고를 차지하고자 신경을 기울이는 것으로 감지된다.
서울시는 5일부터 11일까지 시금고 지정 제안서를 접수한다. 이어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꾸린 뒤 입찰 참여 은행 대상 프레젠테이션 평가를 거쳐 서울시금고를 선정하기로 했다. 1·2금고로 나눠 심사를 진행하고 개별 평가에서 최고 득점을 받은 기관을 각각 선정한다. 5월 중 금고업무 취급약정을 체결할 방침이어서 늦어도 이달 말에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새 금고로 낙점된 두 은행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서울시금고를 관리하게 된다. 제1금고는 44조2000억원 규모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2금고는 3조5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맡는다. 현재 서울시 1금고는 신한은행, 2금고는 우리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각 은행이 입찰에 뛰어드는 것은 서울시금고가 지닌 상징성과 수익성 때문이다. 최대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지기'라는 타이틀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서울시 자금의 운용을 바탕으로 투자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관건은 서울시가 마련한 평가 항목이 광범위해 은행별 유·불리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고 지정·운영에 관한 조례를 보면 은행의 신용도와 재무구조부터 금고업무 관리능력, 시에 대한 대출·예금금리, 시민 이용편의성, 지역 기여도, 녹색금융 이행실적 등이 포함돼 있다.
세부적으로 이용 편의성 항목에선 서울 내 ▲지점 수 ▲무인점포 수 ▲ATM(현금자동인출기) 설치 대수 등을 직접적으로 비교한다. 또 녹색금융 실적과 관련해선 탈석탄 선언 여부, 녹색금융 이행실적, 국제 녹색금융 이니셔티브 가입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지주·은행 차원에서 탈석탄 선언을 했는지, 화력석탄발전 등에 대한 금융투자와 지원에 참여했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나 CDP(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등 1개 이상의 글로벌 단체에 참여 중이라면 '국제 녹색금융 이니셔티브 가입' 항목에선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정기예금 예치금리 ▲공금예금 적용금리 ▲자치단체 대출금리 ▲정기예금 만기 경과 시 적용금리 등 시에 대한 대출·예금금리도 평가 기준으로 내세웠다.
업계에선 그 중 편의성 항목에서 어느 정도 우열이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숫자를 기반으로 심사가 이뤄지는 만큼 가장 냉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진단에서다.
5대 시중은행 중 ATM 수로 앞선 곳은 신한은행이다. 이 은행이 서울에서 운영하는 ATM은 총 2094대로 ▲국민은행(1772대) ▲우리은행(1629대) ▲하나은행(1437대) ▲농협은행(717대)보다 많다.
지점 수로는 우리은행(344개)이 1위다. ▲국민은행(332개) ▲신한은행(306개) ▲하나은행(253개) ▲농협은행(165개)보다 많은 수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녹색금융 항목에선 변별력을 두긴 어려울 것이란 인식이 짙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KB금융과 신한금융을 비롯한 모든 금융그룹이 탈석탄 대열에 동참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서다. 녹색금융상품 인정 범위도 모호하다. 이로 인해 대부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지 않겠냐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개된 평가항목처럼 은행별로 서울시에 제공하는 대출·예금 금리와 서비스 혜택 규모가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ATM·지점을 보유한 은행의 경우 보다 공격적인 혜택을 제시함으로써 승부를 뒤집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떤 은행이든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을 넘어서는 게 과제다. 현 금고지기인 이들 은행의 지역 기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서울시도 전산시스템 교체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해 현 체제 유지로 가닥을 잡을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금고 유치에 대한 상징적 의미와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변이 없는 한 모든 시중은행이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며 "서울시가 제시한 대출·금리 항목이 다른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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