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실적 발표에도 주가는 내리막투자자 보호기능 약해 장기 가치투자 어려워금융범죄 처벌 강화 등 증시 체질개선 절실
국내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장기투자'를 늘 입에 달고 다닙니다. 성장성이 높고 실적이 튼튼한 기업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우리 증시는 존리의 말과 괴리가 큽니다. 투자주체를 막론하고 '단타'에만 혈안이 돼 있거든요.
특히 최근엔 '깜냥'이 안 되는 기업들이 쌍용자동차를 사겠다며 주가를 띄우는 모습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에디슨EV, 쌍방울, 이엔플러스 등 너도나도 쌍용차 인수계획을 흘리면서 연일 상한가를 쳤고, 이 와중에 최대주주가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도 있었죠. 그나마 KG케미칼은 자금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쌍용차 인수에 대한 명분이 부족해 보입니다.
단타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들의 주가는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폭등했는데요. 부채가 2조원에 달하는 부실기업을 사겠다는데도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저 기대감으로만 주가가 크게 요동쳤죠. 거래소가 부랴부랴 조회공시 요구와 투자경고종목 지정 등의 시장조치를 내렸지만 당분간 과열양상은 계속될 듯 보입니다.
이미 지난 대선 때도 얼토당토 않는 정치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대표이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같은 학교를 나왔다거나 같은 파평 윤씨 문중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는데요. 현실적으로는 작전세력의 시세조종성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막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현명하고 신중한 투자판단이 중요한데, 우리 증시에선 누구도 존리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투자자들은 왜 단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가 역대최대 실적에도 하락하는 게 우리 증시의 현주소인데요. 성장성과 펀더멘털이 강한 종목도 대부분 박스권에 머물거나 뒷걸음질치다보니 자연스럽게 테마성 종목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따라서 금융당국은 삐뚤어진 투자 문화만 탓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장기투자가 가능하도록 증시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배당 규모는 쥐꼬리만큼 적고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도 가뭄에 콩나듯 합니다. 여기에다 걸핏하면 공매도 세력에 휘둘리는 우리 증시에서 존리가 말하는 '가치투자'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우리증시는 JP모건 등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의 놀이터를 넘어 ATM기로 전락했습니다. 특히 작전세력의 자전거래와 통정거래, 임직원의 각종 횡령‧배임 및 내부정보 이용, 대주주의 일방적인 물적분할과 무리한 메자닌 발행 등 개인투자자들이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죠.
물론 주식은 '위험자산'이지만 투자자 외에도 대주주와 금융당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절대적인 약자인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범죄 욕구를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법과 제도가 절실합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적어도 주식시장에선 지켜지지 않았는데요.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상식'이 회복돼 1400만 주식투자자 모두가 밝게 웃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