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 서울 2℃

  • 인천 1℃

  • 백령 5℃

  • 춘천 -1℃

  • 강릉 3℃

  • 청주 1℃

  • 수원 1℃

  • 안동 -1℃

  • 울릉도 8℃

  • 독도 8℃

  • 대전 -1℃

  • 전주 2℃

  • 광주 -1℃

  • 목포 5℃

  • 여수 7℃

  • 대구 2℃

  • 울산 7℃

  • 창원 5℃

  • 부산 7℃

  • 제주 7℃

새 옷 입은 권력과 그 권위

박영주의 chronique

새 옷 입은 권력과 그 권위

등록 2022.04.14 08:10

공유

새 옷 입은 권력과 그 권위 기사의 사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미래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클라우스 슈바프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근본적으로 다른 '뉴노멀'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경기 침체와 함께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10여 년 만에 4%대로 치솟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이제는 코로나19보다 인플레이션의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현황에 대비책을 준비해도 시원찮을 텐데 최근 우리의 주된 뉴스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소식으로 연일 바쁘더니, 그 뒤를 이어 영부인의 지난 5년간의 옷값을 공개하라, 못한다, 사치가 심하다, 그러다 마치 대조해 보란 듯이 조만간 등장하게 될 부인의 옷차림 소식을 전하며 몇 년 전 입었던 옷을 또 입었네, 검소하네, 신발이 품절이네(...), 참으로 가관이다. 떠나는 권력과 새 옷 입은 권력에 부여하는 권위의 양가성을 보는 것 같아 권력의 흥망성쇠가 시쳇말로 '웃프다'.

우리는 "완장을 차더니 달라졌다", "알아서 긴다"라는 표현에서 타인이나 조직을 지배하는 공인된 권력과 권위가 내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권력의 대표적인 속성은 지배, 피지배의 관계 속에서 수직적으로 행해지는 권력 행사인데, 이는 권위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실제로 권력이 어떤 수단이나 도구를 가지고 타인의 행위를 '강제'하는 것이고 보면, 권력자의 권력 행사 방식에서 배어 나오는 권위는 일견 '강제력' 없는 복종으로 생각하기에 따라 가장 이상적인 권력 유형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민주적으로 보이는 그 권위가 실제로는 반복되는 권력 행사에 따른 이른바 알아서 기는 데서 기인한 권위라면 우리는 그 권력을 존경하고 나아가 동일시할 수 있을까.

안데르센의 동화 '황제의 새 옷'의 주인공은 새 옷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임금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그 임금이 정말 바보가 아닌 바에야 자신의 벌거벗은 꼴을 몰랐을까! 그 임금 자신은 나름대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지 않았을까. 재단사가 있지도 않은 옷을 보여주며 사기를 치고 있는데, 옷이 안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하자니 어리석고 바보 같은 임금이라고 할까 두렵고 창피하고, 동시에 "최고예요, 잘 어울려요"라고 칭송을 해대니 새 옷을 입을 욕망만으로 자신도 속이고 백성도 속이며 행진했던 것은 아닐까. 가히 위선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임금의 행진을 보던 백성들의 환호는 자신(들)의 임금으로서의 권위를 인정하는 데서 나오는 환호였을까?

세상에서 둘도 없는 멋진 옷을 입고 - 실제로는 벌거숭이 - 행진하는 임금을 보고 환호하는 백성의 모습에 만에 하나 아! 백성도 자기 생각에 동의하고 설득되었다고 생각하는 임금이라면, 이는 반복되는 권력 행사에서 '그들만의' 권력은 있는데 권위다운 권위는 없는 것과 진배없다. 권력과 권위의 불가분 관계에서 진정한 권위는 "알아서 기는" 데서 부여받은 권위가 아닌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존경하며 따르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보살피는 데서 우러나오는 상호 공감적인 권위일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 않는가. 새 옷을 입은 권력이라 하여 이전에 존재한 적이 없는 옷, 창조된 옷을 입은 권력은 아니다. 다만 이전의 권력 행사 방법과 도구 사용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좀 더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유형의 융복합과 그의 실천이 있을 뿐이다. 권력을 부여한 주체는 한 표, 한 표를 준 국민이며 동시에 그 한 표를 주지 않은 주체 또한 국민이다. '완장'을 찬 지도자의 권위는 권력을 갖게 해 준 국민은 물론 와신상담하고 있을 국민도 아우르는 공명정대한 권력 행사로부터 부여되는 권위여야 할 것이다. 새 옷을 입겠다는 권력욕구만으로 한 표를 얻고, 그리고 얻은 뒤, "완장을 차더니 달라지는 권위"가 아닌 "모든 국민에게 충성"함으로써 부여받는 진정성 있는 권위여야 할 것이다.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