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성장보다 물가 더 우려···변수 고려해야"

25일 한국은행 기자단과 만나

5월 금통위 변수는 美 빅스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브리핑룸에서 한국은행 기자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사진=한재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오늘(25일)까지 상황을 보면 물가가 좀 더 우려스러운데,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는 향후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25일 오후 한국은행 본관 기자실에서 기자단과 만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5월, 7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릴지 말지 한 방향으로 보는 건 어렵다"면서 "전반적 기조는 물가가 더 걱정되는 상황인데, (금리 인상의) 속도는 데이터를 보고 그 때 그 때 금융통화위원들과 상의해 균형감과 유연성을 갖고 대처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유럽 경제, 물가 상승률, 경제 성장률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근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로 소비가 증진될 요인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5월 (금통위)결정에 큰 변수가 될 것이 아마 미국의 '빅스텝'"이라면서 "자본 유출이라든지 환율 등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냈지만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중장기적 이슈로서 성장을 얘기했는데, 단기적 금리정책 측면에서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언론 등에서) 얘기돼 부담스럽다"며 "(비둘기파로서) 장기적으로 구조조정과 창의성 계발 등으로 생산성을 높여 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성장률이 너무 떨어지지 않고, 고용이 창출되며 생활의 질이 좋아지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취임사에서 경제 구조개혁 문제를 너무 강조한 것이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 영역에 대한 월권이 아니냐는 질문에 "단기적으로 재정정책 등 각 부처의 소임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히 존중하고 이견이 없도록 조율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한은에 국민경제 안정이라는 큰 임무가 있는 만큼,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지 등은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큰 배라고 한다면 한국은행은 큰 배가 움직이는데 크게 움직이는 배의 각도가 맞는지, 배가 흔들리지 않게 안정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경제는 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 위에서 뛰고 있는 모든 경제주체가 문제가 없는 지 등을 보는 주중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취임사에서 "말을 갈아타야 한다"고 비유한 구조개혁의 구체적 방향을 묻자 "IMF 재직 당시 한국 분석팀에 한국 국민이 모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 공급자 위주의 정책 결정, 양극화 등을 중점적으로 보라고 얘기해왔다"고 간접적으로 답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이머징마켓(신흥국)이나 유럽 등 기타 국가에 비해서 크게 절하된 상황은 아니"라면서 "통화정책에 있어서 특정 환율을 타깃해서 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은 시장 변수인만큼 급격하게 쏠림 현상이 있거나 변화가 있을 때 저희들이 조정하거나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환율을 타깃해서 금리를 결정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