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 우대하는 보수적 기업문화 타파김 사장, 외부인재 적극기용하며 '혼혈주의' 정착특히 전략부문, 전체 임원 중 40%가 타기업 출신여성임원 확대도···작년 최초로 여성 부사장 선임상무 2명에 사외이사 1명까지, 2년새 300% 증가
17일 한화솔루션이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5월 현재 기준 등기임원(사외이사 포함)과 미등기임원수는 총 140명이다. 이 중 20% 수준인 30여명이 타 기업을 거쳐 한화솔루션으로 이동했다. 출신 그룹도 삼성과 LG, 두산, CJ부터 외국계 기업까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실시된 사장단 인사에서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대표이사에 선임된 남이현 사장도 2015년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삼성종합화학 출신이다. 첨단소재부문 미래전략사업부장인 황정욱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부사장을 역임했고, 케미칼부문 중앙연구소장인 김재형 부사장은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인 사빅(SABIC)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때 '공채 출신 순혈주의'가 강하던 한화그룹은 2010년대 들어 기업문화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2017년 그룹 실질지주사 ㈜한화의 화학부문 대표이사에 오른 옥경석 사장(현 기계부문 대표)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화학부문은 그룹 모태사업이라는 점에서 당시 재계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외부인재 등용 기조는 오너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더욱 가속화됐다. 2019년 말 부사장에 오른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에 앉으며 본격적으로 외부 인재 찾기에 돌입했다. 특히 김 사장은 그해 9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지위를 갖추게 됐고, 그룹사 중 가장 활발하게 경력직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전략부문 임원 24명 중 '성골' 비율은 60%에 불과하다.
김 사장의 유연하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은 미국에서 명문사립학교인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학교를 다니면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솔루션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성장 과도기에 서 있는 만큼, 다양한 경험을 갖춘 외부 인력을 영입하는 것이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공서열 기반의 조직문화를 거부하는 MZ세대의 등장 역시 능력을 우선시하는 '혼혈주의' 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여성 임원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은 '김동관 체제'에서 집고 넘어갈 부분이다.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합병법인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한화솔루션 여성임원 수는 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은 2020년 3월 신임 사외이사로 미국 텍사스 투자자문사 파트너인 아만다 부시를 선임했다. 한화솔루션이 여성을 이사회에 합류시킨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HW개발그룹장을 역임한 장세영 부사장을 영입했다. 장 부사장은 한화솔루션이 새롭게 조직한 NxMD 사업실장을 맡았다. NxMD 사업실은 차세대 전자재료와 부품 분야의 신사업 발굴을 목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NxMD 사업실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초대 대표이사에는 장 부사장이 올랐다. 한화NxMD는 한화솔루션이 인수하는 삼성전기 통신모듈 사업을 전담하게 된다.
장 부사장은 한화솔루션 최초의 여성 부사장 타이틀을 거머줬다. 여성 임원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2012년 한화그룹 제조 계열사 부문 첫 여성 임원인 김경은 전 상무와 2014년 박지영 당시 상무 등이다. 김경은 전 상무는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고, 박지영 상무는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무로 이동해 작년 말 부사장에 올랐다.
장 부사장 외에도 상무급 여성 임원 2명이 더 있다. 박진희 전략부문 푸드테크(Food Tech) 담당 상무와 박미나 전략부문 에너지DX팀장 상무다. 지난해 입사한 박진희 상무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박미나 상무는 한화큐셀 미국법인 디지털플래닝 팀장을 거쳤다. 2년 전과 비교할 때 사외이사까지 포함한 여성임원수는 1명에서 총 4명으로 300% 늘었다. 비율로 따져보면, 1.08%에서 2.86%로 1.78%포인트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대교체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도 많이 깨지고 있다"며 "한화솔루션의 경우 채용한 인재를 계열사로 보내 인력을 보강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개인의 능력을 고려한 인재와 여성의 기용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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