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한국 반도체를 대하는 모습은 어떨까.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대미 투자 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압력에 선택지가 없었다. 다만 현대 전기차 판매량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미국은 손해 볼 일이 없지만 반도체는 다르다.
미국은 반도체 1등 국가다. 단, 설계능력에 그친다. 설계능력이 10이라면 생산능력은 1 수준에 불과하다. 메모리 생산력은 소폭 오른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의 글로벌 비중은 7대 3 수준이다. 반도체 공급망협의체, 이른바 '칩4' 참여를 강요하는 이유다.
다음 달 칩4 예비 회의가 열린다. 세부 의제나 참여 수준 등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참여한다. 미국은 환영의 박수를 보내지만 중국이 쌍심지를 켜고 있다. 칩4 동맹의 이면에는 '중국 견제'를 내포하고 있어서다. 사드 사태를 생각하면 보복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중국의 한 관영 언론은 '미국 전기차 정책에 대한 한국 불만, '칩4' 균열 보여준다'는 논평을 썼다. 보조금 예외 사항을 언급하며 한국의 칩4 참여는 미국의 부속물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중국 시장이 없었다면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망을 발전시키고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반도체 설계와 생산능력이 부족해도 소비량은 높다. 전 세계 4분의 1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공장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내수보다 수출로 반도체를 소비한다. 중국으로 향하는 물량이 줄어들수록 손해다. 중국의 보복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중국도 국내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한국산 메모리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남은 선택지는 미국산뿐이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의존율을 높인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렇다면 중국산 비중을 높일까. 쉽지 않다. 일단 기술력 격차도 크고 매번 '초격차'를 선언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칩4 참여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실익을 두고 계산기도 바쁘게 돌아간다. 기업으로선 장사만 잘하면 되는데 외교적 갈등을 견뎌야 하는 부담까지 짊어졌다. 하지만 걱정은 덜자. 미국도 중국도 K-반도체를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의연하게 대처하자.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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