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타이틀 10년···재계선 "Vice Chairman 위상에 안맞는다"27일 이사회, 11월1일 창립기념일···회장 승진 여부 판가름 11월3일 신규 사외이사 선임 위한 임시주총···이 부회장은 없어
◆복권 이후 74일···경영보폭 넓히고 대통령 특사까지 = 지난 8월12일 이재용 부회장은 법무부의 복권(復權)으로 경영 족쇄가 풀렸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찾아 현장경영에 나섰고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해외에 나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착공식 참석을 시작으로 활발한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복권 후 70여일 동안 알려진 주요 계열사 방문 횟수만 7번에 달한다. 이 같은 행보는 가석방된 시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이 부회장의 공식적인 행보는 바이든 미 대통령을 안내하기 위해 평택 캠퍼스를 방문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달에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멕시코, 파나마 등 중남미와 영국 출장에 나선 바 있다. 대통령 특사로 임명된 대기업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여수엑스포 유치를 위해 강행군을 펼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도,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100여명이 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만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도 특사 자격은 아니었다.
◆이사회에 창립기념일까지···삼성전자, Chairman 나올까 = 복권 후 이 부회장의 잇따른 현장경영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내달 1일 삼성전자의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회장 승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영 족쇄'로 묶여있던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이 복권으로 벗어나 회장 승진을 미룰 이유가 사라진 상황이다.
재계에선 일주일 안에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7일은 삼성전자 이사회가 열리고 11월1일은 회사의 창립기념일이다.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되는 안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회장 승진은 이사회의 승인만으로도 가능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도 각각 임시 이사회, 이사회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승진 이후 10년 동안 '부회장'에 머물러 있다. 5대 그룹 중 이 부회장만이 유일하게 부회장 직함을 사용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명함에는 Vice Chairman(부회장)이란 직함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에 Chairman(회장)이 없다는 건 회사의 위상에 안맞는다"고 말했다.
◆등기이사 아닌 회장···승진 명목은 = 회장 승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어려워진 상태다. 등기이사는 회사의 법적 책임을 요구받는 자리여서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대한 요구 목소리가 높았다. 회장 승진이 현실화 될 경우 '승진 명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월3일, 2명의 사외이사 선임을 의결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했지만 관심을 모은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임시 주총 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오너일가로는 8년 만에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으나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9년 10월부터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경영 실현이다. 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 회사 경영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한다. 이번 임시주총과 같이 중요의결사항에 찬성·반대 투표도 가능하다. 또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만큼 법령·정관을 위반하면 법적 책임도 진다. 현재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임원 신분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등기이사 선임이 포함되지 않은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의원들과 만나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 ESG 경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준법위를 찾은 건 작년 1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임시 주총 의결사항에 이 부회장 이름이 빠진 이유는 '사법 리스크'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돼 매주 목요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3주 간격으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아직 1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법 리스크는 앞으로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다면 책임경영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는데 등기이사 선임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적법성과 당위성에 대해 일일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임시 주총에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없더라도 이사회의 동의가 있다면 안건을 추가로 채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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