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당국, 레고랜드 사태 늑장대응에 송구"이복현 "카카오뱅크·페이, 이중화 미흡 아쉬워"'금감원 삼바 사전통지 논란' 놓고 충돌하기도
특히 김주현 위원장은 금융당국의 늑장대응에 대한 질타에 거듭 고개를 숙였고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무책임함을 지적하는 정치권의 공세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김주현 "'레고랜드 사태' 늑장대응 인정···강원도와 교감 없었다"=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2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집중한 이슈는 '레고랜드 사태'였다.
이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목적으로 마련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촉발됐다. 앞서 강원도는 산하 기관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CP)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는데, 만기일을 앞둔 지난달 28일 돌연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다. 이후 채권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고, 정부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방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 보증 약속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면서 "단순히 금융시장의 문제가 아니고 실물 경제 전체를 흔드는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보증 유동화증권 11조원에 대해 보증 책임을 확약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한국은행도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기구인 SPV를 재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박재호 의원 역시 "김진태 도지사의 채무불이행 발언 후 3주가 지나서야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캐피탈콜(펀드 자금 요청) 등 조치를 내놨다"면서 정부의 뒤늦은 대처를 꼬집었다.
소병철 의원은 강원도지사의 무모한 행보에 금융시장이 제물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위원장은 "9월말 처음 이슈가 됐을 때 회사채와 기업어음 한도를 6조원에서 8조원으로 늘렸고, 주말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조치를 내놨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
이어 "금융위가 주도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해야겠지만 필요하면 한국은행 등 재정당국도 힘을 모아야한다"며 "한국은행 역시 시장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강원도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할 줄 몰랐다"며 "사전에 협의한 것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진태 지사의 책임론을 놓고도 그는 "최근의 시장 경색은 레고랜드 사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물가·금리 상승 탓도 있다"면서 "불안 요소가 깔린 상태에서 불안을 가속하는 여러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도 "레고랜드 사태가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누구라도 시장의 불안을 유발하는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복현 "카카오뱅크·페이, 이중화 미흡···보상한도 상향 검토"=국감 중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카카오 먹통 대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최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금융계열사에도 서비스에 차질을 빚은 바 있어서다.
해당 센터를 주데이터센터로 사용하는 카카오페이는 간편송금과 결제 등 서비스 전반에, 카카오뱅크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한 로그인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복현 원장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대응 체계가 미흡했다는 견해를 내놨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는 "카카오페이의 경우 이중화가 미비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카카오뱅크 역시 대출이나 이체에 지장이 생긴 만큼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당국에 지체 없이 신고가 이뤄져야 하는데, 하부 규정엔 1영업일 이내로 정해져 있다"며 "필요하면 규정을 바꾸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저한도가 있지만, 단기간에 규모가 커진 기업이 최소한도의 보상만 하는 것에 의구심이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최저 보상한도를 늘릴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모든 채널을 열어놓고 관련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소상공인의 피해 입증도 카카오 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주현·이복현, '삼바 사전통지 논란' 충돌=김주현 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은 감사원이 금감원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선 이견을 드러내며 충돌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 행위를 했다는 금융위의 입장에 이 원장이 정면으로 반박하면서다.
금감원은 2018년 5월3일 출입기자 안내사항 문자메시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관련 사전통지서를 회사·감사인에게 통보했다고 알렸고 이후 금융위와 공동 보도자료를 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2018년 삼바 출입기자단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을 놓고 금융위가 비밀 유지 위반이란 취지의 유권해석을 감사원에 송부했다"면서 "금융위는 증권선물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때도 지적하지 않았는데, 4년 만에 이런 해석을 내놓은 것은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과장급 전결로 감사원에 의견이 나갔지만, 금융위의 공식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내용은 감사가 끝나면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위법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조치가 뒤집히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가증권에 대한 법령해석을 금융당국에서 하듯, 비밀에 대해선 법무부 등 비밀을 다루는 부처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 원장은 "금융위 담당자 입장에선 어떤 의견을 낼 수 있고, 그 자체는 존중한다"면서도 "이를 법령상 권한을 갖는 유권해석이라고 봐야할지에 대한 이견이 있기 때문에 금감원도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쟁송을 전제로 하는 법률적 해석과 판단을 법원에 맡겨야겠지만 경험상 이 건에 대한 행정 절차상 문제는 금감원이 질 것 같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금감원장 입장에서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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