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유재훈·유영철 등 4명 추천했지만정부는 특정 후보 '인사전횡' 논란에 고심"시장 상황 고려해 인선 서둘러야" 지적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최근 4명의 신임사장 후보를 금융위원회에 추천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받아들지 못했다. 공공기관장인 예보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추천을 거쳐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예보 비상임이사 3명과 외부위원 2명으로 꾸려진 임추위는 지난달 8일까지 사장 후보자를 공개 모집한 뒤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유재훈 전 예탁결제원 사장과 유영철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박성동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전봉진 전 삼성그룹 비서실 금융전략담당 등으로 후보를 추려 금융위에 제시했다. 김태현 전 사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이동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예보 사장 인선이 지연되는 것은 일부 후보를 둘러싼 논란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재훈 전 예결원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보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전 사장의 인사전횡 전력을 재조명했다. 예결원 재직 시절 무분별한 인사 조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그를 CEO로 선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민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 유 전 사장은 예결원 직원 37명에게 이유 없이 보임 해제와 강등 조치를 내려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이는 직원과 회사간 손해배상소송으로 이어졌고, 대법원이 예결원 측에 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근로기준법·취업규칙 위반)을 내리면서 마무리됐다. 이후 국회에선 예결원이 유 전 사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예보 내부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예보 노조는 앞서 성명을 통해 유 전 사장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한편, 임명 강행 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예탁원 노조까지도 유 전 사장의 예보 사장 선임 반대 움직임에 동참하고 나섰다.
따라서 정부도 공식 발표를 앞두고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1961년생인 유 전 사장은 행정고시 26회로 관가와 연을 맺은 인물이다. 금융위에선 은행감독과장과 증권감독과장, 대변인 등을 역임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거쳐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자금시장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예보 사장 인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강원도 레고랜드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 사태를 계기로 일부 금융사와 기업 등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재가동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금융사가 문을 닫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단 업계에선 이변이 없는 한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 예보 사장에 낙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보는 정부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금융위와 기재부 출신이 번갈아가며 사장으로 내정돼 왔다. 김주현 전 사장(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을, 위성백 전 사장과 곽범국 전 사장은 기재부 국고국장을 지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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