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5000억, 점포 11개 규모로 출발""재투자 유도해 지자체 양극화 해소할 것"지역 내 반응 '미지근'···출자자 확보 숙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4개 시도는 최근 연구용역을 마치고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충청 연고 기업과 주민, 금융기관, 국내외 연기금의 출자를 받아 자본금 5000억원 규모(직원 수 551명)의 은행을 열고 지역밀착형 관계형 금융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 서비스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 충청권 지자체와 연구기관은 충청권 10개, 서울 1개의 점포로 시작해 영업 네트워크 숫자를 98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또 설립 초기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을 834억원, 연간 유지관리비용은 321억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설립 후 8년 뒤엔 새 은행을 자본금 2조5300억원, 직원 수 1697명 규모의 금융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들은 해당 은행이 출범 이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설립 당해연도엔 131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그 다음해부터 이익 규모를 늘려 5년 뒤에는 2573억원, 10년 후엔 5343억원을 남길 수 있다는 전언이다.
각 지자체는 용역 결과를 금융당국 설득, 자본금 투자자 모집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처럼 4개 시도가 지방은행 설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권역 내에서 창출된 자금이 재투자되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지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실제 2019년 기준 충남과 충북의 자금 역외 유출 규모는 전국 시·도 중 1·2위에 올라있다. 충남의 경우 지역내총생산(GRDP)이 114조6419억원으로 전국 3위에 해당하지만, 역외유출 금액은 25조477억원으로 가장 많다. 용역에 참여한 송현경제연구소도 충청권의 GRDP와 사업체 수 등 실물 부문 비중은 전국의 10%를 상회하나, 금융기관 수신, 점포 수 등 금융 부문 비중은 6∼7%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지방은행을 설립하면 지역민의 편익을 높이고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해 지역경제 발전에 쓸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충청권에도 한 때 지방은행이 있었다. 과거 충남을 거점으로 하는 충청은행과 충북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충북은행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두 은행은 1997년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와 맞물려 각각 하나은행과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에 흡수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충청남도 관계자는 "새롭게 설립될 지방은행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지방 거점 금융사를 만드는 작업은 생각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빅테크가 저변을 확대함에 따라 지방은행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각 은행이 오프라인 영업망을 줄여나가는 대신 모바일 채널에 힘을 싣는 분위기여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플랫폼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당장 자본금을 모아 은행을 꾸리는 것도 숙제다. 설립에 힘을 보탤 만한 기업이 마땅치 않아서다. 기존 금융그룹의 경우 이해관계가 다른 탓에 출자에 참여하더라도 경영에 긍정적이지 않고, 지역 소재 기업은 취약한 자금력으로 인해 투자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 주민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일례로 충청남도가 지난 5월부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쳤으나, 참여자는 50만명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목표로한 100만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다. 이는 지역 내에서도 지방은행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송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숙원 사업이지만, 사업모델의 불확실성, 투자자 확보 여러움 등으로 인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라며 "공감대 확대, 반대 주장에 대한 설득 논리 개발, 이를 추진할 정치력 등이 모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길영식 충남도 경제실장은 "지방은행 설립을 위해선 설립 초기 자본금 확보와 은행 경영을 담당할 대주주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용역 결과와 충청권 시·도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은행 설립을 집중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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