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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노동개혁을 통해 혁신의 새 돛을 올리려면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노동개혁을 통해 혁신의 새 돛을 올리려면

등록 2023.01.11 16:33

수정 2023.01.11 16:38

노동개혁을 통해 혁신의 새 돛을 올리려면 기사의 사진

연초부터 노동개혁이 화두다. 노동시장을 개혁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노동개혁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변했다. 직무와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하는 '연공서열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차별화(삭감)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산업 경쟁력과 미래세대 일자리 문제를 풀겠다고 한다.

그 뒤에 지난해 12월 16일에 발표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이 있다. 요점만 살펴보자면 권고안은 노동시간 개혁과 임금체계 혁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노동시간 개혁의 경우 연장근로시간의 관리단위 개편·탄력근로제의 확대도입을 통한 기존 52시간 노동시간의 유연화, 충분한 휴식 보장 및 야간 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통한 노동자의 건강권 강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와 연차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가 사용의 패러다임 전환, 비대면 재택 근무 및 원격 근무의 확산을 반영하는 근로시간 산정방식의 변화 등이다. 둘째 임금체계 혁신은 중소대기업 간의 임금격차 해소, 고령자 계속근로 관련 법제도 개편,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생임금위원회와 시장임금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사회적·기술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을 결합해서 살펴보자면, 노동개혁은 2차노동시장(하청 중소기업/비정규직)에 있는 노동자들과 1차노동시장(원청 대기업/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축소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노동시간의 유연화와 이에 따르는 파급효과를 제도를 통해 보완하는 데 골자가 있다. 그럼에도 여론의 논쟁은 수십년 간의 노력으로 세운 '52시간'의 탑을 무너뜨려 다시금 '초과노동'을 하게 만들었는지로 흘러갔다. 언론의 프레이밍이 52시간에 초점이 맞춰진 탓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휴식보장과 노동자의 건강권 강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의 제도에 대해서 확실한 '제도적 지원'에 대해서 불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혁신과 격차 축소에 대한 논의는 수면아래 잠겨버렸다.

노동개혁의 논의가 대통령의 말과 권고안에 대한 인상비평 수준에서 멈추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사회적 합의'에 대한 밑그림이 잘 그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든 이해당사자든 모두 미숙하다. 물론 DJ정부부터 시작한 이해당사자와 정부의 합의기구인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있었다. 의제 성격상 노사정 대화로 부족하면 지역에서 노사민정(노, 사, 중앙정부, 지방정부)이 구축되기도 했다. 사회적 합의에 있어 실패했던 대부분의 이유는 '거래(bargaining)'보다 '전무 아니면 전부(all or nothing)'의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리해고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 양대 노총이 탈퇴하고,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리고 52시간 노동시간제 같은 쟁점이 언급될 때는 사측이 방어적이 되는 식이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먼저 의제의 크기가 커서 당장 이해당사자들이 논의할 여지가 적어 결과적으로 의회에서 입법을 강행해야 할 때가 많고, 입장차가 큰 쟁점들을 다룰 때가 많다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약간의 합의로 충분히 핸들링할 수 있고 입장차가 작은 주제부터 다뤄 성공경험을 쌓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조선산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풀기 위한 사회적 합의구조라 한다면 일단 인력난과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쉬운 과제를 도출해 합의에 성공하는 것이다. 둘째로 '거래'에 대해서 열린 마음이 필요해 보인다. 의회정치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일종의 '양보'할 수 있는 범위를 참가자들이 설정하고 그 안에서는 주고받는 '타협'에 대해 대표자들이 충분히 자신들이 대표하는 조직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에 대한 '강제'와 '압박'이 커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합의의 이면에 단두대나 낭떠러지가 있다면 결과적으로 어떤 이해당사자든 모두 배수의 진을 치기 마련이다. 엄정한 사법 질서의 구축은 합의가 다 깨지고 모두다 적이 된 이후에 언급해도 늦지 않다. 경사노위나 다양한 사회적 협의체의 수장 역시 모두 다 '대화하고 싶은' 인물에게 맡겨야 한다.

산업의 혁신 필요성이 지금처럼 강조되는 시기가 또 있었나 싶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잠시 테크 기업들의 다양한 활동이 주춤해 보이지만, 최근 챗GPT(CHATGPT)의 열풍이 보여주듯 AI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에 채택을 앞두고 있다. 굴뚝 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디지털 기술과 현재의 하청 외주생산에 기댄 노동집약적 구조를 어떻게 버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에도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소는 인력난과 숙련 확보에 있어서 긴요한 과제다. 기후변화의 시간표는 친환경 기술의 R&D와 상용화에 대해 압박을 더욱 강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직무급의 도입, 청년친화적이면서 장시간 노동을 회피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노동시간의 유연화 모두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혁신의 과제들은 기술적 과업으로만 풀 수 없고, 결국 이해당사자들이 움직여 줄 때에만 가능하다. 이번 계기로 혁신의 새 돛을 노동개혁의 이름으로 올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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