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리비 시스템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포착됐다. 2월 6일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은 보고서 '깜깜이 관리비 부과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단독·다가구·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들이 관리비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였음을 지적했다.
이들 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에 의해 관리비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아파트와 달리 관리비가 임의로 부과되는 실정이다. '집합건물법'과 '민간임대주택법'에 관리비 관련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인지도도 낮고 구속력도 부족해 실제로 지키는 비율은 낮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도 관리비에 관한 내용은 없다.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에게는 관리비 세례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부당한 관리비, 유형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실질적 관리도 내역도 없는 일명 '깜깜이 관리비'가 있다. 실제로 세입자가 관리비 내역 공개를 요구해도 관행대로 내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보고서는 관리비가 사실상 '제2의 월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은 임대비의 영역이지만 집주인들이 이 돈을 관리비 명목으로 구겨 넣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계약 갱신 시 5%라는 임대료 증액 제한을 지키는 척 실질적으로는 월세 증액 효과를 보는 경우, 임대소득세 대상이 되는 비용을 줄여 탈세나 건강보험료를 회피하는 수법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윤 부연구위원은 전세임대주택 및 민간등록임대주택 같은 공적 지원이 있는 주택에서는 악용 사태가 더 심각하다고도 전했다. LH·SH 등 공공주택사업자와 맺는 정식 계약 외 임대인과 세입자 간 이중계약이 팽배한데, 이때 특약에 관리비 부과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는 식이다.
보고서는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악용 사례들을 전하며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를 전국 429만6천 가구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0.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제도 공백 상태인 잠재적 가구를 추정한 수치로, 실제 피해 가구 전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보호막 바깥에서 관리비 내역 미공개, 관리비를 가장한 월세 등의 위협 앞에 놓였음은 명백해 보인다.
윤 부연구위원은 이어 주택 유형별 자가 가구와 임차 가구의 관리비 차이도 들여다봤다. 아파트와 연립주택의 자가 가구 대비 임차 가구의 관리비는 각각 1.1배와 0.9배. 차이가 적었다. 반면 다세대와 단독·다가구주택에서는 얘기가 달라졌다.
다세대의 경우 2.1배, 단독·다가구는 무려 10.7배나 된 것. 단독·다가구 집주인이 제곱미터당 36.7원을 낼 때 세입자는 391.5원을 납부하는 셈이다. 충격적 수치. 비약적인 게 아닐까 싶다가도 앞서 악용 사례를 떠올리면 납득이 간다. 단, 보고서는 자가와 임차 가구 간 관리비 개념이 다를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윤 부연구위원은 "관리비는 실사용 금액에 근거해 예측 가능하고 투명해야 하며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며, "관리비 부과 주체에 따른 법·제도 체계화,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관리비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물론 아파트라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파트 유지·보수 공사 입찰 참여 사업자들 담합 때문에 관리비가 부당하게 오르는 일이 적지 않다. 지난달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관해 민생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오는 3월 집중 조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관리비는 말 그대로 관리비다. 주거 환경의 최적화를 누리고 전기와 물을 사용한 데 따른 대가여야 한다. 관리 없는 관리비, 내야 할 근거도 모른 채 내는 비용은 갈취와 다름없다. 제도의 허점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si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