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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책정된 돈도 다 못쓴 백신 예산···정부 지원 절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NW리포트

책정된 돈도 다 못쓴 백신 예산···정부 지원 절실

등록 2023.02.13 07:26

수정 2023.02.13 08:47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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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지원금 2575억원, 美보다 한참 모자라 개발기업 6곳 남아···국산화 SK바사 실적은 반토막예산·인허가·세제·약가 등 지원 없인 R&D 어려워감염병 발생 주기 짧아져···671억달러 시장 챙겨야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코로나19 판데믹 이후 백신 자급화에 대한 중요성은 커졌지만 산업계의 개발 의욕은 떨어지고 있다. 업계는 기술확보와 피험자모집이 어려운 분야인 만큼 정부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초반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10곳이 넘었지만 사업성 악화 등을 이유로 중도 포기한 기업들이 생겨나며 현재 기준 진원생명과학과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아이진, 에스티팜, 셀리드 등 6곳만 백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이 중 임상3상까지 진행한 곳은 유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만 개발에 성공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시험 비용 지원을 위해 치료제 1552억원, 백신 2575억원으로 총 4127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실제로 쓰인 예산은 총 1679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임상시험 비용 지원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이 식약처를 압수수색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제약·바이오기업의 R&D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작 코로나 백신 국산화를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부 지원금 없이 '스카이코비원' 개발을 완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13년부터 협력 관계를 맺어온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BMGF)와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펀딩을 바탕으로 개발이 시작됐고,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공동개발을 통해 제품화에 성공했다. 다만, 통상 백신개발은 10년 이상 걸리지만 우리 정부가 제품 인․허가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개발 2년여만에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책정된 돈도 다 못쓴 백신 예산···정부 지원 절실 기사의 사진

하지만 후발주자라는 한계에 부딪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은 고꾸라지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567억원으로 전년 9290억원 대비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은 1417억원으로 전년 4711억원보다 75.7%나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1225억원으로 전년 3551억원보다 65.5% 감소했다. 주력 품목 생산까지 잠정 중단하며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한 대가다.

게다가 '스카이코비원'은 초도물량이 출하된 지 3개월 만에 완제 생산이 중단됐고, 기존 단가 백신을 활용한 3·4차 접종까지 중단되며 정부가 선구매한 물량들은 전량 폐기될 위기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달 30일 신년간담회에서 "미국은 '초고속 작전'으로 14조원을 투자했다. 모더나는 작은 연구소에 불과했지만 미국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3년이 걸릴 일을 3개월에 끝냈다"며 "정작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을 개발할 땐 정부 지원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원이 없었는데 개발을 시도하고 성공해 대견하다"면서도 "(백신 개발을 시도하려는) 기업들의 불씨를 꺼트리지 말고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도 "백신은 신약개발과 유사한 과정을 밟는데, 국내 제약기업들의 규모가 작고 피험자 모집도 어렵기 때문에 R&D와 인허가 과정 전반에 대해 정부 차원의 백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적 장벽도 분명 존재한다.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이 백신 산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산업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겠으나 감염병 출연 주기가 짧아질 거로 예측되고 있고, 제 2, 3의 판데믹이 언제 출연할지 모르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 백신으로 경제적 수익은 못보고 있지만 확보한 기술은 기반으로 향후 제 2, 3의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백신을 신속히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거에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가 만든 백신을 뒤늦게, 비싸게 공급받지 않고 감염병 발생시 시의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자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정된 돈도 다 못쓴 백신 예산···정부 지원 절실 기사의 사진

백신 산업은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신종 감염병 발생 주기가 단축되고 있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민 건강과 생명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만큼 주권 확보가 필요하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 발생 주기는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19로 단축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당시 미국과 영국 등은 자체 개발한 백신으로 접종을 빠르게 추진한 반면, 백신 미개발 국가에서는 백신 수급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이오협회는 "백신은 감염병 극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수단이다. 신속한 백신 공급을 통해 인명, 경제적 피해 최소화가 가능하다"며 "백신의 적기 개발‧생산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경제성장, 고령화 등에 따라 백신 산업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외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1년 413억7000만 달러에서 2026년 671억7000만달러로 성장이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폐렴, 자중경부암 등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백신과 암·당뇨 등 난치병 치료백신이 유망해지고 있고, 감염병 관련 미개발 백신도 수백여종에 달해 충분한 개발 여지가 남은 상황이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관련 감염병은 800여종이나 개발된 백신은 30여종에 불과하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백신 분야 육성 및 민간 투자가 활발하다. 영국은 지난 2021년 7월 미래 감염병 대비 100일 미션을 발표하고, 미국은 국립보건원(NIH) 산하 'ARPA-H' 설치 및 보건의료분야 혁신적 프로젝트 추진 등에 나서며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대응 백신 신속 개발 체계를 구축 중이다.

화이자, 모더나, GSK 등 글로벌 백신 기업들은 차세대 백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범용 범용 독감백신, 독감‧코로나 동시 예방 콤보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화이자의 한국법인인 한국화이자제약은 코로나19 전담 부서인 '코비드(COVID) 사업부'를 신설하고 차세대 백신‧치료제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필수예방접종(NIP) 백신들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백신 자급률은 39.3%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상용화 백신 28종에서 16개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개발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GC녹십자, 일양약품, 보령바이오파마 등의 10개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인체백신 분야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체 백신 무역수지는 8억800만달러(1조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9억4100만달러(1조1651억원), 수입은 17억4900만달러(2조1656억원)였다.

낮은 자급률은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피내용 결핵 백신(BCG)의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공급 중단사태가 다수 발생하면서 현재 GC녹십자가 결핵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수막구균 백신도 글로벌 제약사 GSK의 국내 공급 중단으로 수급 차질이 발생했고, 유바이로직스가 수막구균 백신을 개발 중이다.

진흥원이 지난 2021년 159개의 국내 백신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내 백신산업 연구개발 추진과정에서 직면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연구개발 자금 부족'이 47.2%(75개사)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연구개발 인력 부족'(25.2%, 40개사), '연구장비 등 인프라 부족'(22.0%, 35개사), '백신 원부자재 확보 어려움'(15.7%, 25개사), '기초기술 보유 부족'(15.1%, 24개사) 등의 순이다.

바이오협회는 높은 위험과 투자가 수반되는 백신 개발에 우리 기업들이 추진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획기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의 국가전략기술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강화방안에서 백신 등 바이오 기술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달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2023년 1년간 한시적으로 세액공제율 확대를 내용으로 한 세제지원 강화 방안이 통과된 바 있다.

바이오협회는 "작년 국내 백신 무역수지 적자가 8억 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백신의 수출입에 있어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다양한 감염병과 질병에 대한 백신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R&D 및 설비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백신은 국가전략기술로, 항체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혁신적인 바이오기술은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돼 있다"며 "보건 안보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바이오기술에 대한 우리 기업의 투자유인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속히 국회에서도 세제지원 확대방안이 논의되고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R&D 의욕을 올릴 수 있도록 약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NIP의 경우 일반 처방약보다 약가를 더 후려치는 측면이 있다. 백신 경쟁력을 확보하고 개발을 제고하려면 가격적 측면도 중요하다"며 "약가는 R&D 과정에서 투입되는 자본, 노력 가치에 대한 근본적 이슈다. 현실화되지 않은 가격은 개발 의욕을 떨어트리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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