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 침체기 땐 공적자금 이용"···"상생해야" 금융권 "시중은행은 민간기업"···자율성 보장 필요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이 어려운 국민·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게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은행권이 역대급 성과급을 풀면서 나왔다. 정부는 이런 업계 행보를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저버리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경기침체기 공적 자금까지 이용한 은행이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낸 지금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데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은행은 엄연히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인데다, 수익이 창출됐으니 그 일부를 직원과 공유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물론 성과금 규모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은 은행도 인정하고 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총 1조3823억원으로 전년 대비 3629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농협은행 6706억원 ▲국민은행 2044억원 ▲신한은행 1877억원 ▲하나은행 1638억원 ▲우리은행 1556억원 등 역대급 성과급 규모를 기록했다. 또 이들 은행의 직원 1인의 평균 성과급을 보면 농협 3900만원, 신한 1300만원, 하나 1300만원, 국민 1100만원, 우리 1000만원으로 높은 성과급을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성과급이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실적이 양호했기 때문이다. 작년 각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을 보면 국민 4조4133억원, 신한 4조6423억원, 하나 3조6257억원, 우리 3조1693억원, 농협 2조2309억원으로 총 18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고금리 시대를 맞이해 이자 이익이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이들이 작년 한 해에 거둬들인 이자 이익만 50조원을 웃돈다.
이에 대해 황운하 의원 측은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공공적 성격을 우선하기도 하고 사기업적 성격을 우선하기도 한다"며 "지금 당장 법 개정을 통해 성과급 기준을 정하기보다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상생 금융안을 만들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생각은 다르다. 불확실성으로 어려워진 현 시점에 은행의 공공적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민간기업으로서의 자율성과 취약계층 지원 노력을 함께 인정받아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실제 은행권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취약계층 지원에 힘써왔다. 은행은 코로나 팬데믹 때 정부 정책에 발맞춰 소상공인, 취약차주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펴 은행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했다. 지금도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해 북한이탈주민, 근로 장려 수급자, 한 부모 가족 지원 보호 대상자, 만 65세 이상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공익적 성격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취약계층 지원에 힘써온 은행을 이자장사꾼으로 여기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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