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1억→2021년 17억→2022년 18억반면 같은 기간 日본사 배당 40% 이상 늘려최근 상생 활동에 "실상과 상반···진실성 의문"
유니클로가 '노(NO)재팬' 운동이 사그라들자 기부금 액수를 절반 이상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19~20년 기부금을 전년 대비 무려 7배 늘렸던 모습과는 상반된 행보다. 당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1회성 꼼수'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최근 상생 활동을 내비치며 이미지 제고에 나섰으나 실상 기부금을 줄인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 '진정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 유니클로 사업을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기부금은 18억516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기준 기부금액 17억6262만원 보단 9000만원 가량 증가한 수치이나,국내에서 '노 재팬'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2020년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기부금액 41억5310만원과 비교하면 23억원 가량 쪼그라들었다.
그 사이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돈을 벌지 못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노재팬 분위기가 시들해지고 리오프닝에 따라 패션 수요가 급증하며 매출 또한 회복세를 보였다.
에프알엘코리아의 2022년 회계연도 매출은 7042억원으로 전년(5924억원)보다 20.9%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4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16.8% 급증했다. 유니클로가 국내 진출 이후 가장 많은 기부를 했던 2020년 회계연도의 경우 불매운동 직격탄에 83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실적이 회복세로 전환하자 일본 본사가 가져가는 몫도 대폭 늘었다. 2021년 회계연도 기준 배당과 로열티 몫으로 973억원 가량을 송금했고, 2022년 회계연도에는 배당금 총액을 전년 대비 무려 40% 가량 확대했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은 국내 상생 지표로 기부금을 활용하는데 유니클로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더욱이 기부금은 줄이고 본사 배당금을 늘리는 것은 대조되는 행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니클로는 최근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손잡고 느린 학습 아동 지원을 위한 '천천히 함께' 캠페인을 출범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10억원을 기부해 느린 학습 아동의 기초학습능력과 대인관계 및 사회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는 모습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으로 노재팬 당시 큰 타격을 받았던 기업 이미지 쇄신에 나서겠단 복안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유니클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매운동 당시엔 어려운 상황을 일시적으로 봉합하고자 기부금액을 늘렸다가 2년 연속 감액 후 상생 캠페인을 홍보하는 것은 이 같은 행보를 감추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생 활동'을 통해 이미지 제고에 나선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불매 당시 기부금액을 크게 늘리며 '급한 불부터 끄고 본 것'이 아니냐"며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문제라고 오판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 상생을 위해 얼마나 고민해왔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유니클로는 앞서 불매운동 당시 진정성 없는 모습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노재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19년 7월 당시 오카자키 다케시 유니클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실적 결산 자리에서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에프알엘코리아가 사과 입장을 냈지만 오히려 '발언은 일본 임원이 했는데 사과는 한국 법인이 했다'며 '영혼 없는 사과'라는 질타와 함께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지는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유니클로는 욱일기 논란부터 일본 불매운동 등 다양한 이슈를 겪으면서도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과 정서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모습이 부족했다"며 "불매 이후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에도 오히려 기부금을 줄여 나간 것은 앞선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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