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아파트 대비 30~50% 빠른 준공기간에 철거‧해체도 간편이주비용 절감, 나중엔 행복주택 등으로 활용···전세값 안정은 덤선호도 높은 곳 찾기 힘들고 택지조성비용 문제···"대안은 3기 신도시"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면서 주요 이주대책으로 '모듈러주택'을 꼽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이주대책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모듈러주택으로 구성된 이주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모듈러주택은 공장에서 주요 자재와 골조를 만든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짓는 주택을 말한다. 기존 철근콘크리트(RC)방식 대비 30~50% 가량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대량의 이주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단지를 짓는 방법으로 모듈러주택을 검토하겠다는 것.
모듈러주택은 대량 공급체계가 갖춰지면 단가가 더 저렴해진다 것도 장점이다. 자재와 골조를 규격화해서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량이 늘어날수록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업계관게자는 "현재 정부에서 발주하는 시제품 성격의 모듈러 실증단지를 짓는 데는 RC대비 130% 수준의 공사비가 든다"면서 "대량공급이 가능해지면 RC대비 80% 수준에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모듈러주택을 통한 이주대책에는 전세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재건축으로 살던 집이 철거되면 입주 전까지 나가 살 집이 필요하다. 그래서 재건축 단지의 철거‧이주시기가 되면 인근 단지 전세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에선 모듈러단지로 이주촌을 만들면 그만큼 전세수요가 줄어 가격상승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속도가 빠른 모듈러주택을 활용하면 이주대란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향후엔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나 공공분양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내년 기본계획을 발표할 때 구체적인 공급안을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생산단가를 낮출 정도로 대규모 공급이 가능하면서 1기 신도시 이주민들이 선호할만한 위치의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기존 재건축단지를 철거한 후 모듈러로 짓기엔 아직 조립식주택이라는 편견이 있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어렵고 택지를 개발하자니 토목공사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업계관계자는 "모듈러주택이 됐건 일반 아파트가 됐건 주택을 지으려면 토목공사가 불가피하다"면서 "1기 신도시는 실거주 비율이 높은데 실거주자의 경우 멀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가려는 경향이 강해서 너무 생뚱맞은 곳에 단지를 조성하면 이주수요를 흡수하는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3기 신도시 등의 공공택지를 활용해 모듈러 이주단지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미 택지를 조성비용을 투입했기 때문에 이중투자를 할 필요가 없는데다 집값하락으로 수요가 줄어든 3기 신도시를 조기 안착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기 신도시와 거리가 멀지 않은 3기 신도시나 신규택지에 이주단지를 조성하면 나름 수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위치상으론 분당에선 하남교산이나 과천으로 평촌에선 광명시흥이나 과천으로, 중동에선 부천대장으로, 일산에선 고양 창릉으로, 산본에선 대야미역 인근으로 가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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