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용 OLED 생산 목적···"매출 5배 늘어날 것"'큰손' 애플 공략···아이패드, 내년 OLED 탑재맥북까지 OLED 적용···"부가가치 높아 고무적"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날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을 위해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부터 IT용 OLED 패널을 연간 1000만대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이를 통해 IT용 OLED 매출이 전체 매출 중 2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매출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디스플레이의 '세대'는 숫자가 높을수록 디스플레이 패널이 생산되는 마더글라스(유리기판) 면적이 넓다는 의미다. 8.6세대는 가로 2290㎜, 세로 2620㎜ 크기로 55인치 OLED TV용 패널 약 6장을 생산할 수 있다. 다만 세대 숫자가 높더라도 유리기판의 데드스페이스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마더글라스를 100% 사용하지 못하고 일부 면적은 버린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6세대와 8세대는 원판 한 장에 나오는 패널 수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투자비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TV용이든 IT용이든 원판을 제품 목적에 맞게 잘라내야 한다"며 "아마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면취 효율이 높다고 판단해 8.6세대에 투자가 이뤄진 것 같다"고 전했다.
8.6세대 신규투자는 충남 아산의 L8 라인이 활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을 끝으로 LCD 패널을 생산하던 L8 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1년 가까이 유휴 라인으로 전락한 상황인데 당초 QD(퀀텀닷)-OLED 생산이 유력했던 곳이다. 하지만 삼성 OLED TV의 국내 출시가 얼마 되지 않았고 시장의 니즈를 파악한다는 이유로 관련 투자가 미뤄지고 있다.
이번 투자는 애플 수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아이폰에 OLED 패널을 적용하는 반면 IT용 패널은 여전히 LCD를 기반으로 사용 중이다.
다만 업계에선 애플이 2024년께 아이패드에도 OLED 패널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태블릿 시장에서 아이패드 점유율은 40%에 육박해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제품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태블릿 OLED 패널 출하량은 430만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53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4년에는 1380만대까지 대폭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는 내년 하반기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 2가지 모델에 OLED 패널을 처음으로 탑재하면서 시장 확대가 예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또 이르면 2026년 PC인 맥북에도 OLED 패널을 탑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맥북 수요는 크게 흔들리지 않은 만큼 IT기기에 OLED 지배력을 넓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가 집계한 지난해 전 세계 PC 출하량은 2억8500만대로 전년 대비 16.4% 줄었으나 애플 출하량은 6.2% 감소에 그쳤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격적인 투자는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린 중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글로벌 LCD 시장을 지배한 중국은 노트북, 태블릿 등 IT용 OLED 기술도 조만간 국내 기업을 뛰어넘을 기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예측한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의 대형 OLED 기술력 격차는 최대 6년이었으나 IT용은 2년에 불과했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디스플레이 업체의 투자가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이뤄진 점은 고무적"이라며 "삼성과 더불어 한국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투자는 CAPA(생산능력)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IT 시장 점유율도 높아질 것"이라며 "초격차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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