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투자 부진에도 소비가 성장 견인2분기에도 수출 개선 기대하기 어려워'상고하저' 전망 유지···성장률 전망 수정은 불가피
역성장은 면했지만···위태위태한 0.3% 성장
한국은행은 25일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엔 역성장(-0.4%)을 기록했지만 한 분기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기준 2020년 3분기(2.3%)와 4분기(1.2%), 2021년 1분기(1.7%), 2분기(0.8%), 3분기(0.2%), 4분기(1.3%), 지난해 1분기(0.6%), 2분기(0.7%), 3분기(0.3%)까지 9분기 연속 증가했다가 지난해 4분기 들어 10분기 만에 감소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간 소비가 0.5% 증가하면서 지난해 4분기(-0.6%)의 감소세에서 반등해 전체 성장률을 이끌었다.
민간소비 개선에 힘입어 1분기 내수의 GDP 성장 기여도는 전 분기 0.1%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증가했다. 그만큼 민간소비가 1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렸단 뜻이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우리 경제는 내수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증가한 가운데 순 수출(수출-수입)의 마이너스 성장 기여도가 축소됨에 따라 전기 대비 0.3% 소폭 성장했다"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 방역지침 해제, 여행, 공연관람 등 대면 활동 등이 늘어난 게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 소비는 0.1%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2.9%) 증가했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건설투자는 1분기 0.2% 증가로 증가 폭이 축소됐고 지난해 4분기 2.7%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올해 1분기 기계류를 중심으로 4.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은 자동차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3.8% 증가했다. 지난 4분기(-4.6%)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1분기에도 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는 여전히 마이너스(-0.1%포인트)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 등이 지속되는 등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4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신 국장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있었지만 1분기 예상보다 양호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비 IT 부문과 민간 서비스 등이 성장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하향 조절 불가피···반등은 언제쯤
1분기 플러스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2분기 성장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내외 평가 기관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한은 역시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조정할 것을 예고했다. 당초 한은은 지난해 11월 1.7%를 전망했다가 지난 2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조정했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연간 성장률은 IT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기존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향 조정의 배경에는 반도체 경기 침체,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 수출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여전히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단기간 내 경제 반등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1%대 성장률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2%)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는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수정했다. 1월(1.7%)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IMF의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측한 전망치(1.6%)보다 0.1%포인트,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1.8%)보다는 0.3%포인트 낮다.
이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데에는 세계 경제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뀐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만 역행할 수 없는 탓이다.
정치권에서도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와 관련, 기술적 침체만 모면했을 뿐 사실상 경제침체에 근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2분기 연속 역성장은 면했지만 기술적 침체만을 모면했을 뿐 우리 경제 전 분야에서 활력을 잃어가면서 사실상 경제침체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경제를 강타한 반도체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의 영향은 1분기에도 이어졌다"며 "엔데믹 전환에 따른 민간소비 증가로 마이너스 성장은 면하기는 했지만 증가속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2분기까지는 소비가 성장을 지탱하는 흐름을 이어가면서 하반기 들어 반등하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신 국장은 "외부활동과 여행이 정상화되는 부분이 민간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출의 경우 4월 20일까지도 통관 기준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지속했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많지만, 하반기 IT 부진이 만회되고 중국 경제 회복 영향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 반등 모멘텀이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내달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기 침체 경고등이 커지면서 '물가 안정'과 '성장' 두 마리를 모두 잡아야 해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동결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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