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3.5% 수준 유지···물가·경기 고려관심은 '피봇' 시기···연내 동결 기조 전망 우세한미금리차·유가·글로벌 금융시장 변수
한국은행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결정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0차례 인상을 거쳐 기준금리 3.0%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 사이에 동결을 결정한 것은 2021년 10월, 2022년 2월, 올해 2월 등 단 세차례 뿐이다. 지난 20개월 동안 두 차례 연속 동결은 처음이다.
이는 3월 물가가 한은의 전망대로 4% 초반까지 떨어진 데다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 부진과 경기‧금융 상황 불확실성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이날 동결 결정의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물가 상승폭의 둔화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2%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바 있다.
여기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기 지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반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1~2월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충격을 줬다. 지난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2월(58억7000만 달러) 대비 63억8000만 달러 급감했다. 올해 1~2월에만 47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인데 한은의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예상치는 44억 달러 적자다.
3월 이후 상황도 불확실성이 높아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출액은 551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었다. 수출액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두 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을 멈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관심은 '피봇(정책 방향 전환)'시점으로 옮겨 간 모습이다. 다만 연내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확대되거나 유가 상승이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등 변수가 있는 만큼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미국과 격차는 1.50%p(한국 3.50%·미국 4.75∼5.00%)로 유지됐다. 이는 2000년 10월 이후 가장 큰 차이다.
오는 5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0.2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만약 연준이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면 격차는 더 커지게 된다. 한은은 한미금리차를 두고 기계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격차가 커질 수록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 낮아진 만큼 4월 금통위부터는 국내 경기에 보다 초점을 맞출 시기로 판단한다"면서 "향후 금리 전망에서는 여전히 3.75% 가능성 열기가 좀 더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시장도 환율과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동결을 전망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기"라면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며,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의 시스템 위기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금리인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물가가 2%로 수렴해가는 시기와 속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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