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중 현대차·기아만 약진···2분기 영업익 '7.6조원'테슬라보다 높은 이익률···고수익차 중심 판매확대 주효 증권가 "탄탄한 車 수요 덕에 2025년까지 호실적 유지"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액(연결기준) 42조2497억원, 영업이익 4조237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4%, 42.2%씩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10.0%로, 현대차가 두 자릿수 이익률을 달성한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3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상장사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그룹의 핵심계열사인 기아도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기아의 올해 2분기 매출액(20조2442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0.0% 늘었고, 영업이익(3조4030억원)은 52.3%나 급증했다.
특히 기아의 영업이익률(13.0%)은 현대차를 넘어 글로벌 완성차업계 최고 수준이다. 고수익 차종인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의 영업이익이 9.6%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반면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4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6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26%나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36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도 우울한 상반기를 보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2조882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1분기에도 3조4023억원의 적자를 낸 SK하이닉스는 상반기 누적 6조2844억원의 적자를 쌓았다.
재계 4위인 LG그룹의 계열사들도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었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74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를 앞세워 삼성전자보다 높은 이익을 냈지만 수익성은 전년 대비 위축됐다.
같은기간 LG화학의 영업이익(6156억원)도 업황 부진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4606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으나 전 분기 대비로는 27.3% 감소했다. 고객사인 GM의 리콜 과정에서 발생한 재료비 원가상승분 1510억원이 일회성 충당금으로 반영된 결과다.
4대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만 유일하게 실적 파티를 이어가는 이유로는 높은 자동차 수요가 첫 손에 꼽힌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 3년간 1700만대 규모의 글로벌 대기수요가 쌓였다. 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수요가 높게 유지되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상태다.
올해 2분기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105만9723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기아도 80만7772대를 판매해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기차, SUV, 제네시스 등 비싼 차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린 것도 수익성 개선의 배경이 됐다. 현대차의 SUV 판매비중(52.8%)이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제네시스(5.9%)와 전기차(7.4%) 비중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아의 대당 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10.3% 상승한 3460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평균 1.3개월 수준의 낮은 재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인센티브를 유지한 것도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7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강력한 제품력과 개선된 브랜드력에 기반해 인센티브는 오히려 전년보다 더 낮은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인센티브가 낮게 유지된 부분이 상반기 호실적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에도 호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등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EV9, 아이오닉5 N, 싼타페 등 신차를 앞세워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차량가격 상승, 소비심리 둔화에도 자동차 판매호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판매량과 점유율, 인센티브, 판매믹스 등 모든 지표를 개선하고 있고, 초과수요 국면에 힘입어 2025년까지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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