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대출 잔액 1616조6000억원전월 대비 6조2000억원↑···5개월 연속 증가세정부, 관련 제도개선 등 대책 마련
1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8월 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161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올해 4월을 기점으로 5개월 연달아 증가세를 지속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로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기타대출은 오히려 감소했으나 주담대가 6조6000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주담대의 경우 제2금융권은 4000억원 감소했지만 은행권에서 7조원가량 증가하면서 주담대가 불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감소했지만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했다. 지난달 중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9000억원 증가해 5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은행권 주담대는 전세대출(1000억원)이 감소했지만 일반 개별부담 때(4조1000억원), 정책모기지(2조7000억원), 집단대출(2000억원) 중심으로 7조원 증가했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자 관계부처 및 국제기구에서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전날 한은에서 공개한 지난달 24일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가계부채를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여러 차례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 상황을 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매매가격이 상승 전환했고 가계대출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며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디레버리징 지연으로 가계부채 누증이 재개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일부 발생함에 따라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국의 금융상황이 상당 기간 긴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한미 금리동조화로 인해 국내 금융 상황도 상당 기간 긴축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의 단위당 위험은 증가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가계부채는 정책금융 지원 등 공급요인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수요요인이 중첩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더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가계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내며 가계부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뒤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또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도 약화시키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중앙은행으로서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도 국내 가계부채 수준에 대해 지적했다. 협의단은 하반기 물가 안정 및 반도체 산업 회복 등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부동산과 가계부채는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단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곳"이라며 "여러 정책적인 노력을 집중해 이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를 예의주시하며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날 금융위는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은,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들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장기 주택담보대출 등이 '상환능력 범위내대출'이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가계부채의 양적·질적관리를 위한 제도개선을 지속하는 가운데 은행권 대출 취급 현황을 점검해 필요한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이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은행권을 비롯한 전 금융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며 금융당국도 제도개선과 기준 마련 등에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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