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막바지에도 금융 법안 논의 '지지부진' 삼성생명법·농협법·산업은행법 등 與野 이견에 표류 연내 처리 불발 시 사실상 자동폐기···공은 다음 국회로
무엇보다 12월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회기 일정이라 그 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들 법안 대부분은 당장 빛을 볼 수 없다. 회기 내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국회의원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만큼 다음 국회로 그 공이 넘어갈 공산이 크다.
"초과수익 최대 40%까지 환수"···'횡재세' 도입 여부 촉각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하는 사안은 과연 '횡재세'가 도입되느냐다. 은행이 고금리를 틈탄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야당을 중심으로 은행에 추가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은행의 초과수익에 대해 최대 40%까지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속속 공개했다.
먼저 김성주 의원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부담금 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은행이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웃도는 순이자수익을 거뒀을 때 초과이익의 40% 한도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사업에 쓴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에 금융회사가 기여금 형태로 출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김성주 의원은 2023년 회계연도부터 이 법안을 적용하면 은행권에서 약 1조9000억원의 기여금이 모일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당 민병덕 의원도 은행 이자이익 일부를 서민진흥기금으로 출연토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4월 발표한 기존 법안을 철회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해 다시 발의했다.
세부적으로 민 의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p 이상 오를 때 출연금을 내도록 한 조건을 없애는 대신 출연요율을 두 배로 상향했다.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달성한 경우 초과이익의 최대 20%를 서민금융진흥원 자활지원계정에 출연토록 하자는 게 그의 제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서 확인된 은행 순이자수익은 2017~2021년 평균 38조8000억원이며, 지난해에는 53조2000억원, 2023년 상반기엔 28조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따라서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비슷한 순이자수익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은행의 출연금 총액은 약 9830억원이 될 것으로 민 의원은 기대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관건이다.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세법을 개정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요구된다는 이유로 신중을 기하고 있어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횡재세' 관련 질의에 "장단이 있어 고민 중"이라며 한 발 물러선 데 이어 최근엔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한 바 있다.
다만 은행이 기부금을 늘려야 한다는 점엔 당정 역시 동의하는 분위기라 일부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일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오는 20일 금융지주 회장과 만나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하는데, 이 과정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성희 중앙회장, 임기 만료 코앞인데···발 묶인 '농협법'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거취를 가를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은 계류된 상황이다. 개정안의 핵심인 중앙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며 지난 5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은 현행 4년 단임 농협중앙회 회장의 1회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직 회장에게도 적용돼 내년 1월 임기만료를 맞는 이성희 회장도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법안 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야당 내에서도 반발이 만만찮은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김의겸·박주민 의원 등이 반대 의견을 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 회장의 연임이 가능해져 국회가 '셀프 연임법'을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꼴이라는 것이 이유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의 제한된 것은 2009년부터다. 지난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농협중앙회를 이끌었던 원철희 전 회장, 이후 정대근 전 회장 등이 횡령과 배임, 뇌물 수수 등의 문제를 일으키자 국회는 서둘러 농협법을 개정했다.
지난 9월 법사위에서 법안이 계류되면서 연내 개정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장일치 통과가 관례인 만큼 반대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되면서 이성희 현 회장의 연임 도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회장이 재선하려면 해당 개정안이 농협중앙회장 선거공고가 예정된 오는 12월 이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을 비롯한 대다수 농업인 단체는 농협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농업 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21대 국회서도 '미완의 숙제'로 남은 삼성생명법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난처하게 만든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도 고사 위기에 놓였다. 2020년부터 작년말까지 핵심 쟁점으로 자리하며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주식 보유의 당위성을 고민하게 했지만, 올해는 국정감사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을 상실한 모양새다.
'삼성생명법'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한 법안인데, 보험회사 자산이 특정 투자처에 집중돼 부실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 보험금 지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를 위해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가치 평가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시장가치)로 하고, 계열사 주식을 시가 기준 총자산의 3% 이상은 매각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적용 받는 보험사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라 '삼성생명법'으로 불렸다.
부차적으로 박 의원은 삼성생명이 보험업법을 위반하면서 유배당계약자, 주주와 배당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것도 지적했다. 유가증권 시가평가가 적용되면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 주식을 매각하면 유배당 계약자의 몫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음으로써 주주의 이익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그런 '삼성생명법'은 21대 국회에서도 미완의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소액 주주가 피해를 입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에 심사소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탓이다. 덧붙여 법안을 낸 박 의원이 정무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기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국감에서 관련 질의가 없었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삼성생명 측은 여전히 삼성전자 주식 보유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적법하게 삼성전자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험사 회계기준은 시가로 하고 있고 계열사 투자한도는 취득시점의 가액으로 규제하고 있다"면서 "30년이 넘게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가치를 글로벌 주식 침체 상황에서 특정 기간의 고점과 저점을 비교해 변동성이 많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특히 국내외 유사업종의 기업과의 비교나 삼성전자의 배당성향 등을 고려치 않은 채 고점과 저점간 하락폭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것은 투자의 기본을 간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법 개정이 먼저"···산업은행 부산 이전 '안갯속'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산업은행의 본점 부산 이전도 답보 상태다.
단지 산업은행 노조가 본점 이전을 강하게 반발해서 만은 아니다. 현재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법을 따르고 있지만 이를 개정해야 본점을 이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본점을 이전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여야는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이견을 보이며 국회 문턱조차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병)이 산업은행의 본점 유치를 위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법 개정이 우선인 만큼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겠다며 기존의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1일 국정감사를 통해 "이전 대상 기관으로 지정이 끝났고 컨설팅 결과도 나와 이를 바탕으로 세부 계획안을 산은 내부적으로 마련 중에 있다"면서 "국토교통부, 부산시와도 협의 진행 중이나 최종적으로 이전 계획안을 승인받는 것은 산은법이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문제가 해결돼야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국정감사 이후 적극적인 국회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은법 개정에 속도가 붙지 않는 데는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에서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카드로 쓰고자 속도를 늦춘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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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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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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