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일본에 새 연구소 마련키로 '차세대 반도체' 원천 기술 확보하고 공급망 강화해 내년 '슈퍼사이클' 대비
NHK 등 일본 매체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00억엔(약 3650억원) 이상을 들여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지구에 연구개발 거점을 마련한다.
삼성전자는 현지에 구축할 시설을 통해 반도체 고성능화를 위한 패키징(후공정) 기술을 다루고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수요에 대응할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도 연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이 곳에서 고성능 컴퓨팅(HPC)와 AI 분야 프로세서용 3차원 칩렛 모듈을 개발한다. 칩렛은 각기 다른 기능의 반도체를 만들어 하나로 이어붙이는 차세대 패키지 기술이다. 또 현지 정부는 삼성전자의 새 연구소가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투자금액의 절반을 보조하기로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네덜란드 ASML과 1조원을 들여 국내에 반도체 기술 연구 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불과 1주일 만에 또 다른 사업 계획을 타진함으로써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셈이 됐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한국을 넘어 전세계로 네트워크를 펼치는 것은 일차적으로 미래 시장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고성능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이들도 그 핵심인 패키지 공정 노하우를 확보함으로써 차세대 반도체를 완성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요코하마 일대엔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뿐 아니라 우수한 대학과 연구기관이 많아 개발 협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일본 내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현지 공급망을 공고히 하는 부가적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업계에선 반도체 분야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연이어 공개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읽혀서다.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이 두 달째 상승세를 유지하자 이미 업계에서도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의 통계를 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 제품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3.33% 오른 1.55달러로 집계됐다. 메모리카드와 USB용 낸드 범용 제품 가격도 4.09달러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새로운 수요와 업계의 감산 효과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한 영향인데, 소비가 받쳐준다면 내년엔 반도체 업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선제적 투자로 전열을 가다듬으면서도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나 더 눈여겨볼 대목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노력이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나 정상회담과 같은 무거운 행사 때마다 경제계 대표로 참여해 정부를 측면 지원하고 현지 기업인과 머리를 맞대고 사업 기회를 모색한 바 있다. 이달 대통령의 네덜란드 일정에 동행한 것은 물론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도 참석해 협력의 기반을 다졌다. 네덜란드에서 귀국했을 당시에도 그는 순방 성과에 대해 "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언급하며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연구 거점 신설은 현지 기업·연구소와 차세대 패키지 기술을 교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