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글로벌 '톱3'···성공적 전동화 전환 밑바탕미래 모빌리티 리더로 우뚝···"판매 1위는 시간문제"테슬라·BYD 경쟁···생태계 체질개선·팬덤 확보 과제
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730만2451대를 판매해 2년 연속 판매 톱3에 등극했다. 1위 토요타(1065만대), 2위 폭스바겐(880만대)과는 격차가 있지만 스텐란티스(640만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628만대), GM(487만대) 등 주요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현대차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421만668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도 6.3% 증가한 308만5771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경신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피크아웃 우려와 경쟁 심화 속에도 뚜렷한 판매 성장을 이어나간 모습이다.
현대차‧기아, 2026년 이후 판매 1위 기대···"폭스바겐도 제친다"
시장 안팎에선 현대차‧기아가 수년 내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제치고 선두에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에만 치중하는 토요타와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폭스바겐은 시장 선두에서 추격자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오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 자동차 기업은 적극적인 전동화 전환에 따른 양호한 상품성을 보유하고 있고, 여타 완성차업체 대비 지정학적 갈등에도 덜 노출돼 있다"며 "2030년엔 폭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2위로 도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오 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이 테슬라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 모빌리티 리더의 조건인 ▲전기차 가격 경쟁력 ▲지정학적 위험 회피 가능성 ▲재무적 투자 여력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차 경쟁력이 테슬라에는 못 미치지만 폭스바겐, 토요타, BYD보다 앞서있다는 게 오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글로벌 판매 1위인 토요타는 전용 플랫폼 개발 전까지 내연기관차 공용 플랫폼으로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과 상품성에서 불리하고, 전용 전기차도 1종(bZ4X) 밖에 없다. 폭스바겐은 전체 판매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중국 판매량은 약 300만대 수준으로, 고점인 2019년(423만대) 대비 30% 가량 감소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EV/모빌리티팀 팀장도 "현대차그룹은 2026년 920만대 판매로 글로벌 1위 업체로 등극할 것"이라며 "미국과 인도에서의 판매 증가를 바탕으로 중국시장의 약점을 극복하는 현대차그룹과 달리 토요타와 폭스바겐의 중국 판매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라인업 선제적 구축에 SW 역량도 우수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한 161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는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 있지만 가격 인하와 환경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고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내연기관차의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6821만5000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임은영 팀장은 "강화된 연비 규제를 전기차 판매로 충족하지 못하면 내연기관차도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는 기업은 자국 중심의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를 이어가는 로컬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아이오닉 시리즈와 EV 시리즈를 선제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현대차그룹의 지배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더불어 미래차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SDV와 커넥티드카 부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향상을 위해 2030년까지 총 18조원을 투자하는 현대차‧기아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기본 적용할 계획이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차량의 상품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며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전기차로의 에너지 전환, 커넥티드카의 시작, 자율주행으로 이어지는데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부족한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완성차업체보다 소프트웨어 투자에 적극적인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차 핵심부품 내재화, 산업 생태계 체질개선 필요
다만 일각에선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차 전문업체인 테슬라와 BYD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에 앞서있고, 자국 시장이 매우 크다는 점도 우위 요소다.
중국 BYD는 지난해 3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2년 연속 글로벌 친환경차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자국 시장을 벗어나 70개 이상의 국가에 진출하면서 수출(24만2765대)은 전년 대비 334.2% 증가했다. 사상 최초로 글로벌 판매 톱10에 이름을 올린 BYD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을 위협할 최대 경쟁자로 꼽힌다.
테슬라와 같은 '팬덤'이 없다는 것도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다. 테슬라는 막강한 팬덤을 바탕으로 빅데이터와 다양한 AI(인공지능) 기술을 축적해왔고, 시장에선 락인효과(잠금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50만대를 팔았는데, 900만대 수준인 중국을 제외했을 때 기존 내연기관차 점유율(약 10%)을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내수 시장에선 다소 부진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높고, BYD는 물량 면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현대차그룹은 핵심부품 내재화를 통해 자체적인 원가절감이 가능하지만 협력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라고 우려했다. 이는 미래차 산업 생태계 전반의 체질개선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테슬라‧BYD와 경쟁 '살얼음판'···브랜드 가치 제고방안 절실
특히 전문가들은 미래차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과 비슷하게 경쟁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가격 경쟁력 강화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주문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중국업체들이 이끌고 있고 전기차 시장도 테슬라와 중국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어려워진 만큼,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비교적 잘하고 있지만 새로운 강자인 테슬라와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이 숙제"라며 "경쟁양상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현대차그룹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고,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뒤로 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AI를 비롯한 커넥티드,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기존 완성차업체들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첨단 IT 기능 신규 적용 등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등 빠르게 앞서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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