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4분기 D램 점유율 확대···4.4%→14%p 차이올해 HBM3E로 붙어···삼성, 필름 붙여 집적도 20% ↑ SK, 독자적으로 개발한 EMC 활용···40% 얇은 칩 구현
최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을 이같이 집계했다. 이는 불과 1개 분기 만에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4.4%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10%포인트 이상 확대된 것이다. 작년 3분기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2013년 2분기(3.5%) 이후 10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한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효과가 컸다. AI(인공지능) 효과로 엔비디아 GPU(그래픽 저장장치)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HBM 공급이 급증했던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사의 점유율이 다시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5세대 HBM인 HBM3E를 동시에 양산하겠다고 밝히면서 HBM 시장 주도권을 쥐고 양사의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 반도체인데 양사가 개발한 '쌓는' 방식이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D램을 쌓는 접합 방식이다. HBM은 칩들의 전기적 연결을 위해 형성한 전도성 돌기인 마이크로 범프를 부착해 쌓는데 범프와 칩 사이의 빈공간을 접합하는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Advanced)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 NCF) 기술을 활용해 업계 최초의 12단 HBM3E를 개발했다. D램 사이에 범프가 놓인 곳에 필름을 끼워 열압착 본딩으로 칩을 붙이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HBM 사이즈가 커지는 단점이 발생할 수 있으나 삼성전자는 NCF 소재 두께를 낮춰 업계 최소 칩 간 간격인 '7마이크로미터(um)'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8단 제품과 동일한 높이로 구현했고 20% 이상 향상된 수직 집적도를 실현했다고 설명한다.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드 몰디드 언더필(MR-MUF)을 활용한다. SK하이닉스가 3세대 제품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해 적용한 이 방식은 얇은 칩을 적층할 때 발생하는 휨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EMC(에폭시 밀봉재) 보호재를 활용한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와 달리 필름이 아니라 D램 사이에 EMC를 주입해 열과 압력을 가해 굳혀 완성했다.
사측은 MR-MUF와 관련해 필름형 소재를 깔아줄 때보다 제조방식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인 공정이라 설명하고 있다. 또 기존 대비 40% 얇은 칩이 구현됐고 열 방출은 36%, 생산성은 3배 이상 개선됐다고 밝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HBM 적층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기에 어떤 제조 공법을 사용해도 결국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과 데이터 처리 속도 개선 등에 따라 제품 성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국 마이크론도 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미국은 인텔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는 등 (제조 기술력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며 "마이크론 대비 삼성과 SK의 생산성, CAPA(생산능력)가 앞서고 있으나 마이크론이 가시적 성과를 내면 메모리 판도를 흔들 수 있기에 양사로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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