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금리 '신3고(高) 쇼크'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하나대체투자나사1호'는 수익자 총회를 열고 2029년 3월 30일까지 만기를 연장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불황에 빠지며 매수자를 찾지 못했고, 자산 가격도 급락한 탓이다. 지난 1월 실시한 자산재평가에서 해당 펀드 빌딩 가격은 9240만달러(1220억원)로 책정됐는데, 이는 최초 취득가액(1억6243만달러)보다 43.11% 낮은 가격이다.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229호' 펀드 역시 독일 대주단과 대출 유보 계약(스탠드스틸)을 3개월 연장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30일 대출 유보계약 연장을 통해 만기를 올해 2월 28일까지로 늘렸지만, 또 다시 5월 31일로 미뤄지게 됐다. 이지스는 건물 매입 당시 현지 대주단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는데, 자산 가치가 떨어지며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두번째 스탠드스틸 체결을 통해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넘겼고, 펀드 만기 역시 작년 10월에서 오는 2025년 10월로 2년 연장했다.
원칙적으로 부동산 펀드는 최초 설정된 만기에 수익자들과의 계약에 따라 펀드를 청산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운용사들은 당장의 투자자 손실을 확정하지 않기 위해 만기 연장을 통해 우선 시간을 벌고 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이스라엘 중동 전쟁 위기감이 확산하며 유가 급등, 고물가로 인한 금리 인하 지연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도 16일 장중 1400원 선을 뚫는 등 치솟고 있다. 당초 미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큰 기대와는 달리 갈수록 '더 늦게, 더 적게(later and fewer)'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길어질수록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고, 만기를 연장한만큼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최악의 경우 향후 헐값에 자산을 매각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차라리 일부 손실을 감안하고 지금이라도 자산을 매각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빌딩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의 경우 지난해 10월 미국 기관투자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손실을 보기는 했으나 종 회수율(최초 투자자 기준)은 환율 1300~1400원 가정 시 기지급 완료된 이익분배금 포함 약 97~100%다. 총 회수율이란 운용 기간 중 기 지급된 이익분배금을 포함해 각종 예상 매각부대비용, 세금, 펀드 비용 등을 차감한 후 투자자 납입금액 대비 비율이다. 이익분배금 등을 제외한 원금 회수율은 46~50% 수준이다.
현재 해외 부동산 펀드 가운데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가 사실상 유일하게 만기연장 대신 매각을 선택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불만도 있는 상황이다. 해당 빌딩은 북미 최대 보험사 스테이트팜이 장기 임차한 상태였는데, 향후 부동산 시장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좀처럼 금리 인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매각이 선방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업황 회복이 불투명해지는데다 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자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만기 연장과 매각의 정답은 없으나 지금처럼 EOD 발생 자산이 증가하는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는 단순한 금리 전망 외에도 향후 배당 수익, 시장전망, 자산현황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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