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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글로벌 36조' 치매약 시장 노리는 기업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글로벌 36조' 치매약 시장 노리는 기업들

등록 2024.05.14 17:17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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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홍연택그래픽=홍연택

매년 8%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치매약 시장에 세계 제약바이오사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이 연내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는 것이 유력한 가운데 국내 기업도 치매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다케다제약이 22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해 스위스 생명공학회사 AC 이뮨이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옵션을 확보했다.

지난해 승인된 '레카네맙'과 올해 승인을 앞두고 있는 도나네맙은 베타아밀로이드에 대한 항체를 주입하는 항체의약품인 데 비해 AC 이뮨의 ACI-24.060 백신은 베타아밀로이드에 대한 항체를 내부적으로 생산하는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능동적 면역치료제다.

AC 이뮨 측은 다케다제약과 맺은 계약 덕분에 후기 3상 시험이 가능해졌지만 규제 승인에는 수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다케다가 지난해 디날리와 공동 개발하던 혈뇌장벽(BBB) 투과 TREM2 항체의 임상개발을 독성 부작용 문제로 중단한 뒤 1년 만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돌아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효율성 측면에서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일부 정리하며 암, 장 질환 치료제 등을 R&D에서 제외한 다케다가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투자한 것은 치매약 시장의 향후 발전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스트레이츠 리서치(Straits Research)에 따르면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성장률(CAGR) 7.95%로 커져 2030년 267억9569만 달러(약 36조72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에 비해 치매약 개발 상황은 지지부진했다. 치매약 개발이 본격화된 지 20여 년이 넘도록 치매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약은 나오지 않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이전까지 알츠하이머성 치매에는 도네페질, 갈란타민, 메만틴, 리바스티그민 등을 사용했지만, 증상 완화 효과가 있을 뿐 치매 진행은 막지 못했다.

상황이 바뀐 건 지난 2021년이었다. 치매약으로서는 최초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FDA에 조건부 승인을 받는 데 성공한 것아다. 아두헬름은 알츠하이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아 '(치매 진행을 늦추는 것에 대한) 유효성이 기대된다'라는 이유로 9년간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당시 FDA는 "아두헬름은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겨냥한 최초의 치료법"이라고 표현했다.

사상 최초의 치매약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아두헬름은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1년 투여 비용이 5만6000달러로 상당한 고가였던 데다가 승인 심사 당시부터 심사위원회 전원이 '아두헬름은 치매에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승인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승인 3년 만인 지난 1월 미국 바이오젠은 아두헬름의 개발·생산·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식 승인도 무산됐다.

지난해 7월 승인된 사상 두 번째 치매약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사실상 첫 번째 치매 치료제로 불리는 건 이처럼 아두헬름이 불명예 퇴장했기 때문이다. 레켐비 역시 아두헬름을 개발한 바이오젠이 일본 에자이와 공동 개발한 약품이다.

레켐비는 지난해 매출 약 1000만 달러(137억원)를 기록했지만, 에자이는 오는 2032년엔 전세계 매출액이 약 1조3000억엔(약 11조384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내 중국과 유럽 등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하며 매출액이 점차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다.

올해 FDA 최종 승인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 역시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제약 분석 그룹인 EP(Evaluate Pharma)는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도나네맙이 2028년 약 22억 달러(3조151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1년 전 같은 보고서에서 예측했던 19억 달러 수준의 매출보다 15% 이상 상승한 예상치다.

다만 도나네맙은 현재 1분기로 예측됐던 FDA 최종 승인이 늦춰진 상태다. 항체기반 물질인 도나네맙의 부작용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도나네맙은 앞서 승인된 아두헬름이나 레켐비와 마찬가지로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항체 약물로서 작용 방식과 부작용이 유사하다.

세 약물 모두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치매 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막기 위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됐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응집돼 단백질 찌꺼기(플라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찌꺼기는 신경 세포 손상과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플라크를 제거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완화할 것이라는 가설이 나왔다. 지금까지 FDA에 승인된 약물 모두 해당 가설에 근거해 만들어진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약물이다.

아두헬름과 달리 레켐비와 도나네맙은 임상시험에서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환자에게서 인지 능력 감퇴를 5~6달 지연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문제는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는 대체로 부작용이 큰 약물이라는 점이다. 레켐비와 도나네맙 역시 임상시험 중 뇌에 미세한 부종이나 출혈이 발견되는 환자가 나왔고, 도나네맙을 투여 받은 환자 3명은 약물 투여와 관련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레켐비도 임상 중 혈전증 약을 복용하던 환자 3명이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했다.

제한적 효과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두 약물은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치매에는 효과가 없고, 이미 알츠하이머병이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에게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장기 투여 과정에서 5~6달 정도 되는 치매 지연 효과보다 더 큰 효과가 나타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다른 방향에서 치매 치료에 접근하는 기업도 있다.

당뇨병 약물로 알려진 메트포르민과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 약물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특히 당뇨병을 넘어서 비만, 간질환 등 적응증을 확대하며 순식간에 성장한 GLP-1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은 현재 초기 알츠하이머병에서 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EVOKE·EVOKE Plus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GLP-1 RA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신경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초기)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시장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세마글루타이드 처방 의사와 환자들의 알코올 및 흡연 중독 치료 효과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디앤디파마텍의 NLY01과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개발되고 있다. NLY01은 GLP-1 제제인 엑세나타이드를 변형한 물질로,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함으로써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 감소, 염증 감소, 신경 세포 성장 촉진 등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을지를 평가한 임상 2상이 종료된 상태로,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년 동안 노력을 기울였던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 시험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던 사실"이라면서 "현재 큐어 파킨스 재단(Cure Parkinson's)과 임상 결과를 자세히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치매 치료제 개발 기업 중 가장 앞서나간다고 평가받는 아리바이오의 AR1001은 경구용 소분자 치매 치료제로 아밀로이드 베타 관련 치료제다. AR1001은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을 감소시키고, 이미 형성된 플라크를 제거하며,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등의 작용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현재 삼진제약과 라이선스 아웃(License-out·L/O) 계약을 맺고 각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14일 중국 국가약품관리감독국(NMPA) 산하 의약품평가센터(CDE)로부터 3상 임상시험 계획(IND)에 대해 승인받으며 주요 11개 국가에서 3상 임상시험 허가를 모두 승인받았다.

이외에도 젬백스엔카엘의 'GV1001'의 경우 삼성제약과 라이센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3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이 승인됐고, 미국과 유럽 7개국에서 글로벌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GV1001은 중증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에 관련된 효소(BACE)와 노화 관련 단백질의 수치를 감소시켜 뇌 내 세포 노화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으로 인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대상이 되는 인구 수는 2026년 기준 0.2% 수준에 그친다"라며 "환자들의 인지저하속도를 약 25% 완화시킨다는 임상 결과에 현실적으로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반면 높은 약가, 진단 비용 등을 감안 시 치료 접근성이 낮다"라고 지적했다.

아어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완화시키는 항체 의약품 시장이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2026 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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