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황 부진···시장 구조 전환 '시급'중국 덤핑 공세에 '탈중국' 움직임 확산돼전문가 "시장 선순환에 정부 뒷받침 필요"
다만 국내 철강업계가 단기 목표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순항하려면, 대대적인 시장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탈탄소·탈중국'이 철강업계의 생존 돌파구로 급부상하자, 이를 통해 국내 철강산업 구조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온다.
K-철강, '탈탄소'로 가는 길···시대 발맞춘 '잰걸음'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갈수록 강화됨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는 탈탄소에 부합하는 공정 고도화와 기술 개발에 고군분투 중이다.
철강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전 세계 배출 총량의 약 8%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일반적으로 철강 생산 공정은 환원제로 화석원료를 활용하는 고로-전로 중심이라, 탄소가 다량으로 배출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산업 군에 속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철강업계는 저탄소 배출 기반으로 한 친환경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환경규제가 심해질수록 저탄소 철강제품 기술과 생산 체제에 뒤처진 기업들은 생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제 업계에서 친환경 철강 사업에 대한 초격차 기술 확보는 '필수' 요소인 셈이다.
최근 국내 철강 3사의 탈탄소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포스코는 올 초부터 자사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원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혁신기술로,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오는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에 연산 100만톤(t) 규모의 시험설비를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하이렉스 기술 개발을 마치면, 2050년까지 기존 고로 설비를 점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현대제철은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 고로 제품 품질을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현대제철 고유의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Hy-Cube)'를 통해 전기로나 수소를 이용한 환원 공정 사용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동국제강도 하이퍼 전기로 등 친환경 철강 공정 연구, 국제환경성적표지 인증 취득 확대 등을 추진해 중장기 친환경 성장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도 저탄소 공정 전환 시도에 한창이다. 미국은 전기로 설비 확대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개발(CCS) 등에 전념하고 있고,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정책 도구를 도입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탈탄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선진국 중 경쟁 우위에 있는 일본도 'COURSE 50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환원과 이산화탄소 분리·회수 기술을 개발,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같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발맞춰 친환경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업황 부진 속에서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시대에 맞는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는 관측에서다. 또한 친환경 철강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자, 우리 기업이 해외 경쟁국 대비 선제적으로 혁신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발 과잉공급 증가세··· 철강업계, '탈중국' 한목소리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국내 철강업계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탈중국화'가 꼽힌다. 최근 중국이 철강재 수출을 대폭 늘리자, 국내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내 철강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철강산업에서 공급과잉이 한번 발생하면, 수요·공급 특성상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OECD 철강위원회와 세계철강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글로벌 철강 전쟁이 발발했던 2015년 글로벌 조강 생산 능력은 철강 수요 대비 30% 이상의 과잉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도 27% 내외 수준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중국발 과잉공급과 불공정 수출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우려로 최근 전 세계적인 '탈중국'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3배가량 인상할 것을 밝혔고, EU도 최근 불공정 무역의 조사 범위를 소재로까지 확대해 불공정 수출국에 대한 규제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이같은 중국의 덤핑 공세에도 한국은 불공정 수입을 규제할 효과적 수단이 미비한 실정이다. 국내의 높은 중국 철강재 수입 의존도와 한·중 무역 및 투자관계, 국내 산업구조 등 여러 고려 사항이 맞물려 불공정 무역규제 조치의 유효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국내 철강 수요의 중국 의존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중국 철강재 의존도는 열연의 경우, 전년 대비 10%를 뛰었고 후판도 2021년 한 자릿수 대에서 지난해 20%를 넘어섰다. 특히 후판의 경우 국산 가격 대비 중국산 가격이 톤(t) 당 10만원~15만원 가량 저렴해, 국내 철강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는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지난해부터 중국산 저가 철강재 수출이 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산 물량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라며 "철강 시장 사이클이긴 해도, 이같은 현상이 유지되면 국내 철강사 수익성은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세에 맞춰 국내 철강시장도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철강뿐만 아니라 철강 소재까지 원가 이하로 수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철강 시장 보호를 위한 '탈중국' 기조가 강화하는 분위기다.
국내 철강업계 구조 전환 시급···정부 지원 '절실'
한국은 해외 선진국과 달리, 수소환원제철 등 혁신 철강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는 정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철강업계의 '탈탄소·탈중국' 바람은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에 철강시장 구조 전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 실장은 "일본 등 주요국 사례처럼 국내 철강기업과 수요사와의 협력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시장 선순환을 이끌 수 있는 정부의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철강업계 업황에 대해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났던 업황 부진은 올 하반기에 소폭 개선될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적 측면에선 유지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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