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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체질개선' 칼 빼든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자사주 매입 '자신감'

산업 에너지·화학

'체질개선' 칼 빼든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자사주 매입 '자신감'

등록 2024.06.12 15:20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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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화학 계열사 임원 127명 자사주 매입···"책임경영"이훈기 사장 취임 이후 지난 5월 대대적인 사업재편 선언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 속 신용등급 하방 압력 계속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2억3983만원을 들여 자사주 2155주를 매수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2억3983만원을 들여 자사주 2155주를 매수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롯데케미칼이 실적 회복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 승부수를 던진 데 이어 하반기 석유화학 업황 조짐을 보이자 롯데그룹 화학3사(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실적 반등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 임원 127명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2억3983만원을 들여 주식 2155주를 매수했다. 황진구 부사장, 이영준 부사장은 각각 1억2477만원(1100주), 1억1578만원(1068주) 규모 주식을 매입했다.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각각 임원 16명, 18명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 부사장과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 부사장도 각각 1억1487만원(2400주), 1억70만원(2100주)어치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이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롯데그룹 화학 계열 경영진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의 의지를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가 하락기에 임원들이 회사 주식을 연이어 사들이면 실적이 '바닥'을 찍었고 곧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로도 이어진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향후 기업가치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칼 빼든 롯데케미칼···'脫 석화' 과제


롯데케미칼은 올해 이훈기 대표가 취임한 이후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선언하면서 구조조정 칼을 빼 들었다.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 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이례적으로 이 대표가 직접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전략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그만큼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이 대표의 막중한 책임감을 가늠케 했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최근 배터리 소재와 기능성 첨단소재, 수소 등에 출자 규모를 늘리며 신성장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기능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삼박LFT는 최근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ABS(고부가합성수지) 등 신규 컴파운딩 공장을 착공했다.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은 올 2분기 반도체 현상액 원료인 TMAC의 1만톤 증설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전지 소재 부문에서는 롯데알미늄과 미국에 세워지는 최초의 양극박 생산기지인 '롯데알미늄머티리얼즈USA'를 설립했다. 동박 제조업체인 롯데에너지티리얼즈도 스페인 공장 설립 법인 지분 확대하면서 빠르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크게 부진하던 석유화학 업황까지 들썩이는 고무적인 상황이다.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 신제품을 교체해 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이 시행되면서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ABS,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등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위주에서 고부가·성장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기업가치 정상화에 힘쓸 전망"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완만한 수급 개선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들썩이는 석유화학 업황···신용도 하락 압력 이어져


롯데케미칼이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실적 반등 전망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에서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며 경제 회복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다"며 "수요 개선은 이미 화학제품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석유화학 제품별 가격 반등으로 확산 조짐이 보이고 유가 변동성이 축소되고 있다"며 "연결 자회사의 뚜렷한 성장세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의 흑자전환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예상하면서도 구체적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미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하향 트리거를 모두 충족한 상태로, 추가 신용도 하향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민호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단시일 내 큰 폭의 석유화학 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석유화학 사업 부진은 장기화되고 신사업 투자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데 늘어난 차입 부담은 당장에 감축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추가 신용도 하향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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