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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적에서 동지로'···사피온과 리벨리온은 왜 합병을 택했을까

IT IT일반 NW리포트

'적에서 동지로'···사피온과 리벨리온은 왜 합병을 택했을까

등록 2024.06.14 07:45

수정 2024.06.14 08:08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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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리벨리온, 합병 위해 맞손'K엔비디아' 탄생할 수 있을까대기업·스타트업 강점 활용 기대

SK텔레콤의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이 합병을 추진한다. 그래픽=박혜수 그래픽 기자 hspark@SK텔레콤의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이 합병을 추진한다. 그래픽=박혜수 그래픽 기자 hspark@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동지로'

SK텔레콤(이하 SKT)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이하 사피온)와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K엔비디아'를 꿈꾸며 손을 맞잡았다. 경쟁 관계에 있던 두 기업이 합병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그들은 '적과의 동침'을 택하게 된 것일까. 답은 급격하게 성장하며 변화하고 있는 AI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펼치며 AI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피온-리벨리온, 경쟁사서 하나의 회사로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SKT와 리벨리온은 대한민국 A반도체 대표기업 설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사는 두 AI반도체 기업인 SKT의 계열사 사피온과 리벨리온 간 합병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합병 추진은 국내 AI반도체 기업 간 대승적 통합을 통해 글로벌 AI인프라 전쟁에 나설 국가대표 기업을 만들겠다는데 양사가 합의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인 KT도 이번 합병 추진에 뜻을 모았다.

특히 SKT와 리벨리온은 향후 2~3년을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빠른 합병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실사와 주주 동의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올해 3분기 중으로 합병을 위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연내 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SKT 관계자는 "통합법인의 법인명, 지분비율 등 세부적인 사항들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추후 양사 간 협의를 통해 합병법인 출범을 위한 절차들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큰 틀의 방향성은 이미 결정했다. 합병법인의 경영은 리벨리온이 맡고 SKT는 전략적 투자자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SKT가 경영을 주도하기보다 리벨리온에 맡긴 데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이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의 민첩성이라는 장점을 가져가기 위해 리벨리온에 사피온이 합병되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이자 2대 주주인 KT는 합병법인 설립 후에도 지분 매각 없이 전략적 투자자로 남아있을 예정이다.

'오늘의 동지'가 된 배경은?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들 모두 서로 간 경쟁자였다는 사실이다. 사피온과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사피온의 대주주인 SKT와 리벨리온의 2대 주주인 KT는 통신업계에서 경쟁 관계를 구축해왔다. 그랬던 이들이 한 마음으로 뭉친 것이다.

'적과의 동거'가 가능했던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AI 환경 탓이 크다. 최근 AI가 불러온 변화의 바람은 전 업종을 넘어선 '광풍'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AI로 인한 신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으며 속도도 빠르다.

그중에서도 이들이 도전장을 내민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독주 중이라는 점에서다. 사실상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수요로 엔비디아의 AI 칩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엔비디아의 영향력은 애플을 제치고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2위에 오르고 해당 기업의 CEO인 젠슨 황의 한 마디에 삼성전자 주가마저 오르내릴 정도로 막강해졌다.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기 위한 '反엔비디아' 전선도 생겨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 인텔, AMD 등은 자체 칩 개발에 나섰고 최근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 8곳이 뭉쳐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는 AI 가속기의 글로벌 표준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엔비디아의 대항하고자 연대를 맺은 것으로 여겨진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인텔, AMD 등도 이 UA링크에 속해 있다.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도 각종 연합전선을 벌이고 있고 최근에는 기업을 넘어 국가 대항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에 사피온과 리벨리온도 해당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합을 택했다는 풀이다. 현재 AI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각자도생으로 한계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하려면 국내 경쟁에만 매몰돼서는 승부를 볼 수 없다"며 "시야를 글로벌 시장까지 넓혀보면 서로가 연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그만큼 이해관계사들의 니즈도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연합전선을 펼치며 대응하고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인공지능(AI)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연합전선을 펼치며 대응하고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인재 확보만으로 경쟁력" 합병 기대효과


무엇보다 이번 양사의 연합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점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강점들이 한데로 모였다는 부분이다. 스타트업의 환경 변화에 대한 민첩하고 기민한 대응과 동시에 대기업의 막강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특히 합병법인은 통신 대기업인 SKT와 KT 양사를 전략적 투자자로 두고 있어 자금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피온의 주주사인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의 지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합병법인 입장에서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또 한 가지는 인재 흡수에 따른 경쟁력 확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인력 확보가 관건인데, 이번에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관련 인재풀이 대거 늘어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사가 본격적인 합병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합병 추진 소식을 알린 데에도 내부 구성원 혼란을 최소화, 인재 이탈을 막고자 한 이유가 컸다.

양사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 2016년 SKT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한 사피온은 2020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차세대 AI반도체 'X330'을 공개하는 등 고성능 AI반도체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엣지 서비스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해왔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CTO 등이 공동 창업한 AI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기업가치 8800억원을 인정받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리벨리온의 두 번째 제품인 AI 반도체 '아톰(ATOM)'은 지난해 국내 NPU(신경망처리장치, Neural Processing Unit)로서는 최초로 데이터센터 상용화로 LLM을 가속했으며 올해 양산에 돌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리벨리온은 또한 현재 거대언어모델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을 개발 중에 있다.

양사는 이번 합병 추진과 관련해 "그동안 사피온과 리벨리온이 NPU 시장에서 증명해 온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합병법인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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