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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법 준수했는데"···두산, '지배구조 개편' 제동에 당혹

산업 재계

"법 준수했는데"···두산, '지배구조 개편' 제동에 당혹

등록 2024.07.25 16:30

수정 2024.07.25 16:32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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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두산로보틱스에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합병 시 투자자 위험 정확히 공유하라" 주문 두산 "사업 시너지 명확···주주가치 제고 기대"

"법 준수했는데"···두산, '지배구조 개편' 제동에 당혹 기사의 사진

미래 사업 육성을 위해 지배구조 대수술을 선언한 두산그룹이 술렁이고 있다. '알짜' 밥캣을 저평가하고 적자 기업 로보틱스를 고평가한 합병비율을 놓고 연일 잡음이 불거지는 와중에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를 반려하는 돌발 상황까지 발생하며 그 계획이 난관에 봉착했다.

이번 사안은 합병비율과 무관하며 합법적으로 수립한 시나리오를 수정할 계획도 없다는 게 두산 측 입장이지만,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합병비율 논란 의식했나?···합병 멈춰세운 금감원



25일 재계와 증권시장에선 금감원이 두산로보틱스에 증권신청서(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정정을 요청한 것을 놓고 여러 말들이 쏟아졌다.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논란 속에 당국이 손을 댄 모양새여서다.

두산은 지난 15일 에너빌리티와 밥캣, 로보틱스 3사의 분할·합병과 포괄적 주식 교환을 결정했다. 로봇·기계 사업 육성 차원에서 에너빌리티 자회사 밥캣을 로보틱스 산하로 옮긴 뒤 두 회사를 합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두산이 밥캣 1주를 로보틱스 0.63주와 교환하는 '1대 0.63'의 합병비율을 제시한 게 논쟁을 부추겼다. 지난해 1조38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밥캣과 158억원 손실을 낸 로보틱스의 가치를 동등하게 매겨 거래를 설계한 게 화근이었다. 두산은 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주주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의 경우 주식 100주당 27만1000원의 손실을 입는다고 추산했다.

확인되진 않았으나 일단 금감원에선 합병비율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사업 구조 개편 목적과 분할 합병 배경, 수익성 등 기대효과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라는 주문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두산이 위험 요인을 투자자와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국회에서도 도마에 오른 사안이라 이번 조치가 합병비율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 뿐 아니라, 이날 금융위·금감원 업무보고에서도 두산 합병안이 재차 거론됐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해 금감원도 다른 사유를 앞세워 합병을 멈춰 세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합법적 결정···사업 시너지로 주주 가치 더 커질 것"



두산 측은 서둘러 서류를 보완해 재공시한다는 방침이다. 지적받은 항목을 수정해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두산으로서는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자 위험에 관해 얼마나 상세히 정리하느냐가 핵심인데, 이는 결국 합병으로 발생할 주주의 손실 규모를 재평가하고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여서다.

현재 두산이 내세우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합법적 절차를 거쳐 산출한 수치라 문제가 없고, 어디까지나 사업의 시너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는 점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 5항은 상장사 간 합병 시 기준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1개월, 1주일 평균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평균한 값을 바탕으로 양측 교환비율을 정하도록 한다.

따라서 이에 근거한 값이 ▲로보틱스 8만114원 ▲밥캣 5만612원이었으며, 양사 합병비율도 1대 0.63로 정했다고 두산 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를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수치를 조정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된다는 의미다.

합병을 통해 얻어낼 효과도 명확하다. 로보틱스는 밥캣의 ▲북미·유럽 네트워크 ▲자금력 ▲경영인프라를 활용하고, 밥캣은 로보틱스의 기술을 접목해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화하는 게 첫 번째다. 그룹 차원에서도 계열사 지배력을 공고히하고 밥캣의 1조원대 연간 이익을 실적에 반영함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금감원 측 요청 사항을 자세히 공개하긴 어렵지만, 합병비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 "재공시가 이뤄지면 모든 게 명확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 개편은 사업 부문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고,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주주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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