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전체 퇴직연금 52.5% 은행권에 몰려지난해 말 증권사 수익률 銀 압도···은행들 '긴장'관련 TF 구성은 물론 공격적 포트폴리오도 추가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월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가입자가 상품 운용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사로 이동하고자 할 때, 보유한 계좌를 해지·매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보유한 계좌를 해지해 이를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연금 상품을 한 번 가입하면 수익률이 낮아도 다른 금융사로 이동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394조2832억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에 묶인 연금은 동기간 207조1945억원으로 전체의 52.5%다. 2분기 은행권의 연금 보유 규모는 지난해 말(198조481억원)부터 6개월 새 9조1464억원(4.6%) 늘었다. 이는 동기간 전체 연금 규모 증가분 16조2475억원의 절반 이상이다. 즉 여전히 연금의 절반 이상이 은행권으로 흘러오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연금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은행들은 현물이전 제도 도입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다. 은행권의 연금 상품 수익률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증권사에 비해 크게 떨어져서다.
5대 시중은행의 연금 수익률을 보면 확정기여형(DC) 기준으로는 하나은행(14.83%), KB국민은행(13.73%), 우리은행(13.04%), NH농협은행(12.90%), 신한은행(12.81%) 순으로 나타났다. 확정급여형(DB)에서는 KB국민은행이 9.4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신한은행 9.33%, NH농협은행 8.59%, 우리은행 7.33%, 하나은행 6.62% 순이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익률은 KB국민은행(13.62%), 하나은행(13.26%), NH농협은행(12.90%), 우리은행(12.71%), 신한은행(12.25%)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연간 수익률을 보면 증권사가 은행을 월등히 앞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을 보면 은행은 4.87%에 불과했지만, 증권업권은 7.11%를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이 23.9%에 그쳤지만 공격적인 운용을 통한 수익률 결과를 통해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안정'에 머물던 은행들도 대응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명동에 퇴직연금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구성 중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연금사업본부장 주관 '실물 이전 대응 TF팀'을 운영하면서 외부 인력을 통해 은행 TFT 전산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자사 앱인 하나원큐를 설치하지 않아도 카카오톡으로 관련 서비스(퇴직연금 스마트 안내장)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안에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 수 기존보다 2배 확대, 1억원 이상 연금 자산 보유 고객 대상 전문 상담 서비스의 경기도권 확대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금리경쟁력을 갖춘 상품 수를 늘릴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물이전 제도로 고객 이동이 쉬워지면서 그동안 안정적으로 퇴직연금을 운영하던 은행들도 조금 더 공격적인 투자 성격이 강한 포트폴리오를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정부에서도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강구하는 만큼 전 금융권이 현물이전 제도 시행 후 일어날 현상에 주목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