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25개 차종 배터리 정보 전체 공개KGM "中 BYD LFP 배터리 사용 사실 밝혀왔다"벼랑에 몰리는 수입차업계 "말 못할 이유 있다"
이른바 '배터리 실명제' 도입에 대해 국산차 업체는 숨길 이유가 없다면서 당당하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영업비밀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 중 배터리 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나선 곳은 현대자동차, 기아, KG모빌리티 등 국산차 업체 3곳이다.
국산차 업체는 GM 한국사업장과 르노코리아자동차도 있지만 이들 업체는 전기차 시장과 다소 거리가 있다. GM은 지난 5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얹은 캐딜락 리릭을 국내에 출시했으나 전량 미국 수입 물량이고 르노는 국내 시장에 전기차를 도입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배터리 정보 공개에 나선 곳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 9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에 어떤 회사의 배터리가 들어갔는지 투명하게 공개했다.
현대차가 만든 전기차 중에 외국 업체의 배터리를 쓴 차는 지난해 4월부터 생산 중인 코나 일렉트릭 2세대가 유일하다. 이 차에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브랜드인 중국 CATL(닝더스다이)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외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생산된 구형 아이오닉 2종과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만들어진 코나 일렉트릭 1세대 모델 등 단종 차종 3개와 현재 판매 중인 아이오닉 6, 곧 정식 출시될 캐스퍼 일렉트릭 등 5개 차종에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가 들어갔다.
또 2021년부터 생산된 아이오닉 5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생산된 아이오닉 6, 제네시스 GV60·GV70·G80, 상용차 ST1과 포터 Ⅱ 일렉트릭에는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기아도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에 동참했다. 기아는 12일 오후 자사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현재 판매 중인 차종은 물론 이미 국내 시장에서 단종된 전기차까지도 배터리 정보를 모두 공개했다.
국내에서 단종된 차종 중에는 최초의 민수용 고속 전기차였던 레이 EV 1세대 모델과 쏘울 EV 1·2세대 모델이 모두 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 레이 EV 1세대와 쏘울 EV 2세대는 SK온 배터리를 탑재했고 쏘울 EV 1세대에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병행 사용됐다.
아울러 니로 플러스, EV6, EV6 GT, EV9은 SK온의 배터리를 썼고 조만간 정식 판매에 돌입할 EV3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아의 일부 전기차에도 외국 업체 배터리가 들어갔는데 지난해부터 생산 중인 레이 EV 2세대 모델과 니로 EV 2세대 모델이는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KG모빌리티는 현재 판매 중인 코란도 EV와 토레스 EVX에 나란히 중국 업체 비야디(BYD)가 생산한 배터리이며 삼원계(NCM) 배터리를 탑재한 다른 업체들과 달리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폭발이나 화재에 대한 위험이 다소 낮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산차 업체들이 배터리 정보의 투명한 공개에 빠르게 나선 것과 달리 수입차 업체들은 침묵하고 있다. BMW 그룹 코리아가 업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 공개를 검토 중이나 최근 화재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침묵 중이다.
몇몇 브랜드의 경우 딜러 영업망이나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배터리 정보를 공개해왔으나 한국 법인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명확히 공개한 곳은 없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시판 중인 전기차의 배터리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하나는 본사와의 소통 문제 때문이다.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 진출한 브랜드의 한국 법인이 자체적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하기는 힘들다. 해외 본사의 재가가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있기에 즉각적인 공개가 어렵다는 것이 각 브랜드 한국법인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영업비밀의 유출 우려다. 전기차의 핵심이 배터리인 만큼 이 정보를 공개하면 어느 회사가 어디서 부품을 조달하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자칫 비밀로 여겨온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시장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 해외 각 지역에서는 배터리 정보 공개의 의무화가 추진되는 상황이기에 대한민국 시장에서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더구나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의 화재 이후 국산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상황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오히려 정보를 꽁꽁 숨기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어 다소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됐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들의 불만과 문의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쉽게 밝힐 수 없는 내부 사정이 있기에 섣불리 정보 공개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