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둔화에 내수부진 지속···美 연준도 금리인하 확실시잡히지 않는 가계대출은 부담···8월은 일단 금리동결에 무게전문가 "제때 금리 못 올린 한은 부메랑···연내 인하 어렵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2일 오전 금통위를 열고 8월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앞서 지난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 이후 무려 12차례나 기준금리를 묶었다. 이는 한국은행 설립 후 최장기록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내수경기 침체가 자익화되고 있는 것도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높이는 배경이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올해 1월 2.8%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월 3.1%로 높아졌다가 지난 4월(2.9%)부터 2%대로 하향 안정화됐다. 특히 지난 6월에는 2.4%까지 내려가면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제 성장 둔화 속 물가 상승세도 주춤···내년 기준금리 2.75% 전망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8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 여건이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범위에 진입했고, 오랜 기간에 고금리를 유지한 데 따른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이유에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오는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해 보인다는 점도 미국보다 빠른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크게 낮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에서 보인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자신감과 2분기 GDP를 통해 확인된 내수 부진을 근거로 8월 0.25%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기준금리가 한은이 제시한 중립금리 밴드 하단(2.50%)를 하회하기는 어렵겠지만 성장 및 물가 동반 하락으로 빠른 인하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으로 7월 대비 한은의 금리 인하 전환 부담이 낮아졌다"며 "내년 상반기 말까지 기준금리 2.75% 도달을 예상하며, 최소 2회 금리 인하를 통해 3.00%까지는 충분히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은행의 8월 기준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7월 의사록에서 시급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한 금통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8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속에 인하 소수의견 1명 정도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미국 대비 완만한 수준에 그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내년 말까지 1% 내외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권의 잇단 금리인상에도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은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큰 배경이다. 금융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후 가계대출 총량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 후 한국은행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물가 여전히 높고 가계대출 폭증···"금리인하 시 부작용만 클 것"
이에 대해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금융위는 9월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스트레스 금리를 0.75%p 대신 1.2%p 상향 적용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일단 주택시장의 불을 끄고 난 뒤 금리인하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들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지켜보고 싶어할 것"이라며 "현재 환율 부담은 덜었기 때문에 현재의 정책들이 효과를 본다면 한국은행은 10월 금통위에서 마음 편하게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제 때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던 한국은행이 부메랑을 맞게 됐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 지난해 미국과 같은 흐름으로 금리를 올렸다가 올해 점진적으로 내렸다면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은 지난해 초 금융안정 등을 이유로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못했지만 미국은 가파른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았다"며 "금리가 낮을 때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원자재 구입단가가 높아지고, 이는 내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한국은행이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며 "금리 인하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시그널이고, 물가도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시사하면 국내 증시도 부진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은행 입장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에 선제적으로 인하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소비 위축 등을 이유로 소수의견을 내는 위원도 있겠지만 이번 8월 금통위에선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고, 미 연준의 FOMC 회의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시기는 올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인플레이션도 잡히지 않았고, 지금 금리를 내려봐야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 시 가계대출 증가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데다 미국 기준금리(5.25~5.5%)와의 격차가 2%p 가량 벌어져 있기 때문에 연내 금리를 내리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