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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복현 "강한 개입" 선언 후에도···가계대출, 일주일만에 3조원 ↑

금융 은행

이복현 "강한 개입" 선언 후에도···가계대출, 일주일만에 3조원 ↑

등록 2024.09.02 17:54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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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30일, 5대銀 가계대출 2조7451억원 증가당국 '금리인상' 옳지 않다 했지만···"다른 방법 없어"실수요자 피해 불가피···오는 4일 가계대출 간담회

부동산 담보대출과 정기예금 안내 현수막이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내걸려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부동산 담보대출과 정기예금 안내 현수막이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내걸려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강한 압박에 나서고 있으나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했다.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 폭을 기록한 지난 8월 가계대출의 약 30%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 방송에서 "(은행에)강하게 개입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이 있은 뒤 일주일 만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8월 26일~30일) 동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2조7451억원 늘어났다. 이는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 증가액의 29.1% 수준이다. 동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조9328억원 늘어 8월 증가세(+8조9115억원)의 21.7%를 차지했다. 이 원장이 지난 25일 방송에서 가계대출 정책에 대한 발언을 한 뒤 '막차 수요'가 쏠린 영향이다.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9조6259억원 증가했다. 이는 영끌 투자로 대출 잔액이 역대급 증가 폭을 기록했던 2020년 11월(+9조4195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568조6616억원으로 전월(559조7501억원)대비 8조9115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과 주담대 증가 폭 모두 5대 은행 시계열 기준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4월 전월 대비 4조4000억원 증가한 이후, 지난달 7조5975억원을 기록하더니 8월에는 9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대출에 비해 다소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던 신용대출도 지난 8월에는 한 달 만에 8494억원 늘어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확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부동산 시장 상승 기대감으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더 강한 개입'을 예고했다. 특히 이 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은행권이 주담대 등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추세와 관련해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이 폭증하는 사태를 대비해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를 해야 했지만, 현재 금리를 인상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은행이 물량 관리나 적절한 미시 관리를 하는 대신 금액(금리)을 올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개입이라는 말보다는 적절한 방식으로 은행과 소통해서 이야기해야 하고, 그 과정이 개입으로 비친다면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자 은행들은 앞서 수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전세대출을 막거나 한도를 줄이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유주택자 전세자금대출 중단 △주담대 한도·만기 축소 △추가적인 금리 인상 등 종전보다 더 강한 조치를 내놨다. 우리은행은 9일부터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에게도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3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30년으로 축소했다. 대출한도를 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도 오피스텔로 확대했다.

이에 따른 실수요자 피해도 예상된다. 당국은 표면적으론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미 올해 경영계획 대출 목표치를 150% 이상 초과한 은행이 대출을 줄일 방법은 사실상 금리인상과 한도 축소 뿐이다. 금감원은 연초 경영계획을 통해 제출한 대출 수준을 초과한 은행에 평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관리 목표치를 낮추겠다고 밝힌 만큼, 은행은 내년 영업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연말까지 대출 잔액을 반드시 줄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9월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달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2단계 DSR 직전인 8월 말까지 신청된 대출이 차례로 시행될 것을 고려했을 때,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도 대출 잔액은 한 동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택 매매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4일 실수요자 피해 등 예상되는 문제에 관련한 현장 간담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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