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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성장통' 앓는 오뚜기, 신사업·해외 성장 '낙제점'

유통·바이오 식음료

'성장통' 앓는 오뚜기, 신사업·해외 성장 '낙제점'

등록 2024.09.05 16:38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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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내수 사업 강화···올해 상반기 투자금 집행↑신사업 미비·해외 성장 둔화로 신성장 동력 부재함영준 일가, 해외 사업 '총동원'···미국법인 부진

내수 강자 오뚜기의 '성장통'이 깊어지고 있다. 오뚜기는 국내 라면 3사 중 사업 포트폴리오는 가장 안정적이지만 신성장 동력이 부재하다. 이렇다 할 신사업도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해외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뒤처지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에선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오너일가가 총동원해 힘을 쏟고 있지만 성과는 애매하다. 올해 상반기 전체 해외 매출은 소폭 성장했으나 주력하던 미국법인 실적이 내려앉았다. 오뚜기는 일단 투자금을 확대해 기존의 내수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신사업 '공백'···내수 시장에 안주하는 오뚜기


'성장통' 앓는 오뚜기, 신사업·해외 성장 '낙제점' 기사의 사진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설비확장 및 연구개발 등을 위한 투자계획금액 1044억원 중에서 407억원을 집행했다. 오뚜기는 올해 지난해(967억원)보다 투자계획금액을 10.8% 올리고, 상반기 동안 40%에 달하는 투자금을 사용했다.

특히 제품개발 및 연구활동 향상을 위한 기계장치 투자계획금액 40억원에서 21억원을 사용해 절반 이상 실행한 걸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42억원 중 14억원 집행, 연간 20억원을 사용했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만 작년 한 해 사용한 투자금 이상을 쓴 셈이다.

오뚜기는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이해 카레를 포함한 기존 간편식 라인업을 강화하고,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마라 라면 브랜드 '마슐랭'은 젊은 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제품으로, 라면 외에도 마라맛을 담은 간편식·소스·스낵 등 제품 카테고리로 확장했다.

다만 오뚜기는 신사업을 위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오뚜기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태양광 사업을 정관에 추가해 이목을 끌었으나 이는 신규 사업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종자·묘목 및 판매업을 추가했지만, 이 역시 신사업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공장과 물류창고 등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전력을 자체적으로 소비하는데, 남는 전력이 있으면 이를 팔아야 한다. 이를 위한 사업 목적 지정"이라며 "종자·묘목 사업 역시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계약 재배 및 품종 개발 등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추진하기 시작한 신사업인 '메디푸드'도 소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오뚜기는 이달 메디푸드 스타트업 '잇마플'에 투자를 진행하고 신사업 협업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자금 일부를 투자해 메디푸드 개발·지원을 돕는 형태로, 오뚜기 전용 제품 출시 등 양 사간 새로운 사업 등은 따로 구상된 바가 없다.

오뚜기가 신사업에 미온적인 이유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이 안정적이기 때문인 걸로 풀이된다. 특정 부문에 의존도가 높지 않은 사업 구조와 오랜 기간 쌓아온 내수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로, 도전적인 사업을 택할 이유가 없는 입장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오뚜기는 라면 등 면제품이 27.5%로 매출 비중이 가장 높고, 즉석밥 등 농수산 가공품(20.3%), 양념 소스(17%), 신선·냉동식품 등 기타(14.8%), 유지류(12.4%), 건조식품(8%) 등 사업 부문을 갖추고 있다.

오너일가도 못 살린 '글로벌 오뚜기'···美 법인 실적 부진


'성장통' 앓는 오뚜기, 신사업·해외 성장 '낙제점' 기사의 사진

오뚜기는 신사업·해외 진출로 여겨지는 식품업계 신성장 동력 부문에서 사실상 '낙제생'이다.

특히 올해 전사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해외 사업의 상반기 성과는 뼈아프다. 오뚜기는 미국을 거점으로 중남미 시장 개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올 상반기 해외 사업 매출은 소폭 올랐으나 미국법인 실적은 꺾였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매출 1659억원을 올렸다. 다만 해외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9.5%로, 여전히 10% 미만에 그쳐있다.

법인별로 보면 미국법인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올해 상반기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는 매출 42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8% 감소했고, 반기순이익은 69% 줄어든 19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미국법인의 실점을 메운 건 베트남법인이다. 베트남법인은 매출이 26% 증가한 418억원, 순이익은 16억원으로 90% 성장했다.

오뚜기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사업부를 본부로 격상하고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오너일가가 총동원해 해외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 회장의 장녀인 함연지 씨는 지난 5월 미국법인 오뚜기아메리카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했고, 남편 김재우 씨도 함께 일하고 있다. 함 회장의 사돈이자 함연지 씨의 시아버지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은 글로벌사업본부 초대 본부장으로 영입돼 해외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오뚜기는 오는 2028년까지 해외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제조법인인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미국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도 확정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해외 소비자를 위해 회사 영문 표기와 심볼마크 디자인을 변경해 정체성을 강화했다.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지난해부터 해외 사업에 힘 쏟고 있으나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미국 공장은 현재 부지를 확보한 상태지만, 공장 건립에 대해선 미국 정부의 인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다. 글로벌사업본부가 작년 조직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만큼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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