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삼성전자에 'AI 칩' 위탁 가능성 시사 생산능력과 수요 고려해 TSMC 의존도 낮춰야'사업 효율화' 나선 삼성도 '태세 구축' 힘쓸 듯
12일 연합뉴스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그룹 주최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삼성전자와의 협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황 CEO는 칩 생산을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 대해 "동종 업계 최고이기 때문"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현재 AI 가속기 H100·H200와 차세대 칩 '블랙웰' 등을 TSMC를 통해 생산 중이다. 다만 이 회사가 엔비디아를 위해 쓸 수 있는 생산 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가운데 황 CEO와 엔비디아의 고민은 삼성전자엔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회사명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인텔마저 백기를 든 마당에 엔비디아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파운드리 기업은 사실상 단 한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에도 8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만드는 엔비디아 GTX 3000 시리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주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태세를 정비하는 데 속도를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계기로 이 회사가 전세계에 걸쳐 영업·마케팅 직원을 최대 30% 줄일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었는데, 지금으로서는 그 여파가 파운드리 부문까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간 파운드리에 공을 들였다. 2022년 6월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기반 3나노 칩 양산을 시작한 이래 올해도 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와 기술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 동시에 효율적인 팹(FAB) 운영을 바탕으로 사업 적자폭을 줄이고 4나노 공정 수율을 안정화함으로써 제품 생산을 늘리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2분기엔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 거래처를 전년 대비 약 2배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17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66억달러의 보조금 지금을 약속받기도 했다. 공사비 상승 등 악재로 지연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지만, 회사로서는 계획대로 사업 태세를 갖추는 데 신경을 쏟을 전망이다.
물론 삼성전자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없을뿐더러, 반도체 사업 특성을 고려했을 때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황 CEO의 발언은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한 만큼 속단은 이르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컨퍼런스 콜 등 공식석상에서 누차 예고한대로 파운드리 사업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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